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여기 두개의 지표가 있다. 83%에서 44%, 12%에서 24%. 앞의 것은 1년 사이에 반토막 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고, 뒤의 것은 같은 기간 곱절로 뛴 자유한국당 지지율이다. 갤럽의 정기 조사를 종합한 것인데 문재인 정부 1년 동안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취임 1년까지도 8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문 대통령이다. 출범 2년을 앞둔 지금, 그 많던 지지자는 어디로 갔을까? 데이터를 보면 이 기간 동안 부산·울산·경남지역과 50대, 중도층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진다. 특히 부울경지역과 50대는 탄핵 사태를 계기로 보수동맹과 결별해 ‘탄핵연합’을 탄생시킨 핵심 집단이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부울경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74%에서 32%로, 중도층은 81%에서 45%로 급락했다. 무엇보다 50대의 지지율 하락이 눈길을 끄는데, 같은 기간에 80%에서 39%로 하락했다. 50대는 민생 정책에 대한 관심이 유독 크고 이념, 가치보다 실용주의적 태도가 몸에 배어 있는 연령층이다. 민생 정책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층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금의 50대에는 86세대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역대 어느 50대보다 ‘진보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50대가 1년 사이에 대거 이탈하면서 문 정부가 휘청거리고 있다.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나? 지난 1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두개의 결정적 시기가 잡힌다. 먼저 2018년 7~8월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중앙과 지방 권력을 모두 거머쥔 개혁의 ‘골든타임’이었다. 하지만 두달 동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1%에서 53%로 급락했다.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지방선거 직후 부동산 세제 개혁안이 발표되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종부세 대상이 극소수 부유층으로 쪼그라들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감만 되레 높아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론이 연일 보수언론의 1면을 차지하며 집중포화를 맞았던 것도 이때다. 게다가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서 소득 격차는 더 나빠졌고 고용 상황도 악화하였다. 그 결과 5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42%로 떨어졌다. 서민의 절박감이 빠진 민생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50대의 이탈로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견인차 구실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의 결정적 시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하로 내려가면서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얻은 득표율(41.1%)에 거의 수렴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인데, 10%대 초반에 고착되다시피 한 지지율이 20%대로 급상승했다. 사실상 궤멸 직전에 이르렀던 자유한국당이 이때를 기점으로 반문 정서를 자양분 삼아 제1반대당이자 유력한 대안 야당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은 어떻게 될까? 자유한국당의 색깔론, 공포와 혐오 조장 등 극우화 전략은 더 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 결집 등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기 혁신이 불가능한 정당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 정치에서는 변화에 대한 기대와 열정 못지않게 응징과 분노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트럼프를 뽑아버린 미국 대선이 그 사례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24%까지 상승해 민주당과 격차가 1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까지 흡수해 외연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자력으로 총선 승리가 쉽지 않은 자유한국당이 기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혐오와 불신을 키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투표율 하락과 보수층 결집이라는 두가지 조건이 채워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셈법이다. 이 방법이 통할까? 관건은 남은 1년 동안 문 정부가 서민의 절박함을 얼마나 정책에 담아내느냐에 있다. 내 삶이 변하고 있다는 효능감이 뒷받침될 때 이탈한 50대도 돌려세울 수 있다. 자유한국당 해산을 바라는 국민청원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화제다.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던 시민들의 열망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진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hgy421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