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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아버지를 넘어선 딸(1)

등록 2019-05-02 17:26수정 2019-05-02 19:03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조지 킹즐리는 19세기 영국의 의사이자 여행가였다. 형 찰스와 동생 헨리가 모두 소설가였을 만큼 문재를 타고난 집안 출신이기에 조지도 여행에서 모은 정보를 기록으로 남기곤 했다. 북미 여행을 하다가 커스터 장군으로부터 인디언 섬멸 작전에 동행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이미 커스터의 악명을 알고 있기에 경악했지만, 나쁜 날씨에 원정이 취소되었다고 하여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에겐 메리라는 딸이 있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남동생처럼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버지 서재의 책을 읽고 아버지의 여행담을 들으면서 정신세계를 넓혔다. 기독교도로 자라났지만 어렸을 적부터 아프리카에 간 선교사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아프리카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박탈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병든 어머니의 뒤를 이어 몇달 사이에 아버지마저 사망한 뒤 그는 유산을 자금으로 하여 꿈꿔왔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가 수집하기 시작했던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자료집을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는 아프리카에 발을 디딘 미혼 백인 여성이 거의 없었다. 선교사나 관료나 탐험가의 부인들만이 그곳을 방문했기에 그가 항상 듣는 질문은 “남편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의술을 가르치며 위험한 지역을 홀로 돌아다녔다. 넉달 만에 귀국하자 후원자들이 생겼고, 유수의 출판사에서는 여행담을 책으로 내자고 제의해왔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고 더 큰 재정적 지원에도 힘입어 1년 뒤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는 오랫동안 연구하기를 바랐던 식인 풍습은 물론 그들 전래의 종교 의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가장 놀란 것은 쌍둥이 살해라는 아프리카인들의 관행이었다. 쌍둥이 중 한명은 악마가 어머니를 범한 결실인데, 누가 인간이고 누가 악마의 자손인지 구분할 수 없으니 모두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악마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도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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