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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혐오가 미세먼지처럼? / 신윤동욱

등록 2019-02-12 18:15수정 2019-02-13 09:29

신윤동욱
사회정책팀장

그분들의 동분서주를 기록하고 싶다. 충격적인 발언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어떤 ‘토털 패키지’에 관한 기록을 남기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안타까운 지점은 그 말들이 너무나 ‘교과서적인’ 차별이라 일부는 생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자가 동성애는 아니시죠?”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9월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그렇게 몰아붙였다. “질문 자체가 차별성을 갖는 질문”이라고 답해도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회피를 하고 계신다”는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십자가 밟기’에 가까웠던 청문회에 대해 진선미 장관은 “영혼까지 털렸다”고 점잖게 말했던가.

물론 그날 그 자리에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도 있었다. 보통사람들은 분간이 어려운 성평등과 양성평등의 차이를 언급하며 “법명으로 정해진 양성평등에 대해서 위해를 가하는 말을 했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지난해 10월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순례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에이즈” “항문”을 입에 담으며 쏘아붙인 말들은 ‘복붙 금지’다. 비판을 위해서도 차마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 있다. 지난 8일 김순례, 이종명,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했던 말을 반복할 필요가 없는 맥락과 같다. 이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발언을 ‘주어’ 없이 옮기면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희생되었는가” 같은 말들을 라디오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파했다.

김진태 의원도 다방면에서 활약했지만, 각별히 차별금지법 반대를 챙긴 사실은 기록해 두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9월6일 취임하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하자 페이스북에 “우리 한국당이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테니까.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이슬람 난민을 무차별 받아들이자는 법을 어떻게 통과시켜 주겠나?”라고 썼다. 반대하는 이유도 분명히 했다. “저 법이 통과되면 나처럼 이렇게 말하면 감옥 간다.”

공인의 신분으로 이들이 발언한 자리는 대부분 국회 같은 공론장이다. 이런 말들을 쏟아내고도 공론장에서 이들은 건재했다. 김순례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진선미 장관 후보자에게 지적한 것처럼 개인이 아니라 공인으로 공론장에서 ‘그 말’을 해서 문제다. ‘그때’ 견제하고 비판해야 했지만, 우리 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할 기회를 놓쳤다. 어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오늘은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인정을 규탄하고, 내일은 난민을 ‘진짜’와 ‘가짜’로 나누어 공격하는 방식은 어떤 우파들의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이들이 5·18 민주화운동 역사마저 훼손했다. 다시 선을 넘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역설적 효과가 나타난다. 차별하는 사람들은 당당한데, 차별을 당하는 이들이 차별에 적응한다. 차별당하는 자가 차별당하는 일에 둔감해지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차별이 공기와 같고, 혐오가 미세먼지처럼 덮치는 사회에서 살려면 때로 잊어야 한다. 그 말들에 혹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으니 그들은 계속 내뱉을 것이다. 피해자가 ‘어느 정도’ 귀를 닫지 않으면 살아내기 어렵다. 문제는 침묵하는 다수다. 다수가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압력을 만들지 않으면 사태는 반복된다. 지금껏 다수는 ‘어느 정도’ 침묵하다 ‘어느 순간’ 놀라는 방식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면 마르틴 니묄러의 시처럼 ‘침묵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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