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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어떤 연쇄살인범

등록 2019-01-17 18:07수정 2019-01-17 19:27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폭력성이 강한 알코올 중독자가 아이들 앞에서 이가 뽑힐 정도로 아내의 얼굴을 주먹으로 구타하며, 손가락을 뒤로 젖혀 부러뜨리기까지 했다. 그런 환경에서 아들 앨버트 데살보는 가학 성향을 키웠고, 10대에 접어들면서 좀도둑질로 법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다. 폭력과 절도로 소년원을 드나들던 그는 군에 입대했고, 군사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가까스로 명예제대를 할 수 있었다. 제대한 뒤 그는 보스턴 근교에 살고 있었다.

1962년 6월부터 대략 1년 반 사이에 보스턴 지역에서는 열세 명의 독신 여성이 살해되었다. “보스턴 교살자”라고 통용되던 범인은 피해자들의 아파트에서 성폭행을 한 뒤 옷가지로 목을 졸라 죽였던 것이다. 강제로 침입한 흔적도 없었던 그 사건들은 미궁에 빠져 있었다. 한편 보스턴 경찰은 연쇄 강간범도 추적하고 있었는데 그 용의자가 체포되었다. 형사를 사칭한 어떤 사람이 젊은 여성의 집에서 성폭행을 한 뒤 갑자기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인상착의에 대한 피해자의 설명이 데살보와 일치했고, 그의 사진을 본 많은 여성들이 그로부터 공격을 받은 일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강간 혐의로 기소된 뒤 데살보는 자신이 연쇄살인도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살인 사건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최면술까지 동원된 자백이었는데, 문제는 그의 증언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배심원단은 성폭행 혐의로만 종신형을 결정해 감옥으로 보냈다. 그는 감방의 동기들과 탈옥을 감행했다. 대규모의 수색 작전이 펼쳐지자 그는 사흘 만에 자수했다.

재수감된 그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라고 자백을 번복했다. 그러던 중 마약과 관련된 다툼 끝에 다른 수감자에게 살해되었다. 50년이 지난 2013년 보스턴 경찰에서는 강간 살해당한 한 피해자에서 발견된 디엔에이(DNA)가 그의 것과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그가 모든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리라는 추측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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