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매일 크리스마스처럼 / 섹알마문

등록 2018-12-26 18:46수정 2018-12-26 19:25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를 당신에게)! 벌써 크리스마스가 지났네요. 이제 곧 새해를 맞이할 테고 올해도 시간이 정말 정신없이 가는 것 같아요. 지난 1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고, 한달에 한번씩 썼던 이 노동일기의 글들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한국 사회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 문제 그리고 사업장 이동에 대한 문제에 대해 글을 썼어요. 그럼에도 이주노동자 그리고 이주자들의 삶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올해 이주노동자 투쟁투어(투투버스)를 하면서 고용노동부에 가서 집회하고 담당자와 면담하면서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 출퇴근 기록 의무화, 기숙사비 강제 징수 지침, 열악한 기숙사 환경, 근로기준법 63조에 대한 문제점까지 많은 요구를 했어요. 고용부는 올해 8월까지 문제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지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올해도 사업장을 이동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었어요. 사업장 이동을 못 해서 이렇게 목숨을 끊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도 같습니다. 그들이 왜 불법체류를 선택했으며, 이들의 처벌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한국 사회에서 짚어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용허가제를 살펴보면 모든 권리는 사업주에게 있습니다. 어떠한 일 때문에 사업주의 눈 밖에 나면 비자 연장도 안 됩니다. 한국에서 더 일하고 싶더라도 법적으로 그럴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미등록 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여러 차례 지면을 통해 알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는 비자 연장이 안 되면 본인 나라에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을 못 한 것이 한가지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한국에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온 이주노동자 그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누구나 더 나은 환경 그리고 안전한 곳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존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한국인들이 돈 벌기 위해서 독일에 가는 모습을 봤어요. 그 당시에 일하러 독일에 간 노동자 중에 40%만 한국에 돌아왔고, 아직 많은 사람들은 독일이나 그 밖의 다른 나라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분들도 몇년 동안 일하다가 한국에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독일에 갔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또 다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이주민들도 같다고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는 법이 개선되어야 하기도 하지만 그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사는 이웃인 이주민들을 향한 우리들의 관심입니다.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이웃에 대한 온정이 필요합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60cm 면도날 철조망’ 세운 경호처…윤석열 오늘은 체포될까 1.

‘60cm 면도날 철조망’ 세운 경호처…윤석열 오늘은 체포될까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2.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3.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지리산에서…어제 만난 약초꾼, 오늘 만난 스님 4.

지리산에서…어제 만난 약초꾼, 오늘 만난 스님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5.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