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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황금가지

등록 2018-12-20 18:09수정 2018-12-20 19:13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스코틀랜드의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는 1890년 두 권으로 초판본이 나온 뒤 열두 권의 최종본이 완성될 때까지만 25년이 걸린 대작이다. 간략하게 말해 이 책의 주제는 고대의 종교란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로 출발했으며, 인간의 정신은 주술로부터 종교를 거쳐 과학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기독교 역시 이교도의 주술 지식으로부터 파생되었다는 주장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켜, 결국 프레이저는 한 권으로 된 이 책의 축약본에서 기독교에 관한 논의를 제외했다.

책의 제목인 ‘황금가지’는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따온 것으로서, 아이네이아스와 무녀는 지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문지기인 하데스에게 그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프레이저에게는 그 황금가지가 겨우살이였다. 숙주가 되는 나무의 꼭대기에 뿌리를 내려 기생하지만 스스로 광합성도 하는 겨우살이는 모든 나무가 잠이 든 겨울에 푸른빛을 자랑한다. 사람들이 이 나무에 마력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성한 의식에 사용되었다는 것으로서, 그리하여 북유럽의 신화에서 신 오딘의 아들인 발두르는 겨우살이 가지로 만든 창을 맞고 사망하는 것이다. 어머니인 여신 프리가의 노력으로 발두르는 살아났고, 프리가의 눈물이 겨우살이의 열매가 되었으며, 프리가는 그 밑을 지나가는 모두에게 키스를 퍼부었다고 한다.

이 겨우살이의 영어 이름이 미슬토이며, 북유럽의 여러 언어는 같은 어간을 보유하고 있다. 성탄절에 가지와 줄기를 엮어 만든 장식물을 문이나 벽 높은 곳에 걸어두는 바로 그 미슬토이다. 한때는 기생하는 나무이기에 숙주를 죽이는 나쁜 식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요즈음에는 오히려 숙주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보고도 있다. 그 북유럽의 신화가 기독교 시대에 성탄절과 연결되었다. 미슬토 장식은 마녀와 악령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준다는 것 외에도, 그 아래에 있는 여자에게는 키스가 허용된다는 관행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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