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그린 유토피아 소설이다. 감옥에서 집필한 이 책의 여주인공 베라 파블로브나는 부자와 결혼시키려는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의대생과 위장 결혼하고 경제적인 독립을 추구한다. 베라가 연 방직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자아를 실현시키며 이익을 배당받는 등 “영원한 즐거움”을 얻는다. 여기에서는 모든 사회 계급과 남녀가 평등하다. 지식인의 임무는 교육을 통해 대중을 계몽시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작품 자체보다는 극단을 오가는 이 저작에 대한 반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문학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 소설에 나타나는 훈계조의 서술을 혐오하고 조롱했다. 본디 이 소설은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작 투르게네프는 이 소설을 읽는 것조차 역겹다고 토로했다. 톨스토이도 이 소설에 못마땅해하며 도덕적 책임감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같은 제목으로 발간하였다. 나보코프도 <재능>에서 이 저작을 조롱했다. 최대의 비판은 도스토옙스키로부터 나왔는데, 그는 <지하 생활자의 수기>에서 이 소설이 표방하는 공리주의적 이상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혁명에 고취된 자들에겐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플레하노프는 “인쇄기 발명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책”이라고 칭찬했으며, 무정부주의자 엠마 골드만은 여주인공 베라와 같은 삶을 본받겠다고 다짐했다. 골드만의 동지이자 연인으로 철강 공장의 공장장을 살해하려 했던 알렉산더 버크먼은 이 소설의 등장인물인 라흐메토프를 가명으로 사용했다. 최대의 찬사는 레닌으로부터 왔다. 자본 형성이 뒤늦은 러시아에서 자본주의를 건너뛰고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려면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그의 이론에 정확하게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역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팸플릿을 작성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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