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이 칼럼을 연재한 지 만 9년이 채워져 간다. 어디서 소재를 구하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 사실 소재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또 다른 난점 하나는 한정된 지면 안에 말해야 할 내용을 압축시키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생략과 여백의 미(?)를 지나칠 정도로 남발하여 읽는 분들은 뭔가 미진한 느낌을 받는 일이 많은 듯하다. 그 두 가지 난점을 해소할 방안이 문득 떠올랐다. 이미 소개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설명이 미흡했던 부분을 다시 조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설명이 부족했던 인물 중 하나가 ‘잊힌 공주’라는 칼럼(2010년 12월28일치)의 주인공 크리스티나 벨조이오소 공주다. 거기에서 아름답고 연약한 신체였지만 철의 의지를 가졌던 그 여성이 남성 중심의 세계에 남긴 큰 행적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잊혔는지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남성들의 핍박이 있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끈질기게 사랑을 갈구하던 남성들은 그들의 애정 공세가 보답을 받지 못하자 연적의 상태에서 공범자로 돌변하여 공격하기 시작했다. 불감증 환자인데다가 병 때문에 성격도 괴팍하고 변덕스럽다는 힐난이 이어졌다. 이탈리아의 독립투사였던 카부르 백작을 존경하고 그 뜻을 받들어 독립운동에 나섰음에도 백작마저 창녀이자 마약중독자라고 조롱했다. 여성의 영역이 아니었다고 간주되던 정치에 간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잠바티스타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불어로 번역했고, 마르크스조차 잘 알려진 쥘 미슐레의 번역보다는 훨씬 정확한 공주의 번역을 읽으라고 권했을 정도인데, 그 번역마저 친분을 유지하던 남성 역사가들의 업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어쨌든 그 번역이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는데, 오랫동안 적조했던 제자가 소장하고 있다며 전해준다고 한다. 충실한 원전 번역에 화룡점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미안함을 무릅쓰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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