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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메데이아

등록 2018-09-27 18:13수정 2018-09-27 19:11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에우리피데스는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중 가장 어렸다. 그의 생애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많지만 신빙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저명한 작가의 삶을 윤색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날조된 이야기도 그 원인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그와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희극 작가들이 그의 삶을 조롱하고 비방하며 무대에서 패러디하였던 것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이다. 아리스토파네스와 같은 희극 작가들은 그를 소크라테스와 같은 퇴폐적 지식인으로 취급하며 젊은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치부했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에우리피데스는 무대에 혁신을 가져와 그의 영향은 오늘날까지 미칠 뿐 아니라, 그를 비방했던 희극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는 역설적인 평가까지 받고 있다. 가장 큰 그의 혁신은 전설이나 신화의 영웅을 특이한 상황에 처한 평범한 사람들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그는 등장인물들의 내적인 동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강렬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사람들을 그렸는데, 그것이 셰익스피어나 라신, 입센, 스트린드베리와 같은 극작가들이 무대에 올린 심리적 감옥의 기원이었다는 것이다.

<메데이아>라는 그의 극이 있다. 메데이아는 ‘황금 양털’을 찾아온 이아손에 한눈에 반한 흑해 연안 콜키스의 공주였다. 자신의 형제까지 살해할 정도로 이아손을 도와 원정의 목적을 달성케 하고 그와 결혼했다. 그러나 이아손이 그를 버리고 코린토스의 글라우케 공주와 결혼하려 한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메데이아는 글라우케는 물론 그 아버지까지 술책을 부려 살해한다. 그에 더해 이아손에게 더 큰 슬픔을 안기기 위해 둘 사이의 자식들까지 살해한다.

그런 메데이아조차 그리스 여성의 비참한 상황에 개탄했다. “아이를 한번 낳느니 방패를 손에 들고 세번이라도 전쟁터에 나가겠노라.” 동시대의 남성들은 이런 ‘이단적’인 대사에 놀라 그를 조롱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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