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마르셀 파뇰은 소설과 희곡을 주로 쓰던 작가였다. 셰익스피어와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을 불어로 번역하기도 했고, 훗날 영화로도 창작 활동의 영역을 넓혀 영화사를 설립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의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그가 태어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 대한, 그리고 그것과 얽힌 추억에 대한 회귀의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로마사의 인물들을 연상시키는 그의 희곡 <마리우스>와 <파니>와 <세자르> 연작은 마르세유 해변의 술집에서 벌어진 젊은이들의 일상과 환상을 그리고 있다. 소설 <아버지의 영광>과 <어머니의 성>은 출간되자마자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어 <비밀의 시간>이라는 후속 작품으로 이어졌다. 그 모두는 교사였던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그리고 남매들과 보냈던 휴가 기간에 대한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콜린의 물>은 <장 드 플로레트>와 <샘의 마농>으로 이루어진 연작인데, 프로방스 지역의 순박한 것처럼 보이는 농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재산을 둘러싼 암투와 연결된 인간관계의 충격적인 반전을 그리고 있다. 마르셀 파뇰은 이 소설을 손수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파뇰의 작품이 시간을 넘어서 얻어내고 있는 공감은 1974년에 사망한 뒤에도 그의 작품들이 계속하여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로 확인된다. <콜린의 물>은 1986년에 클로드 베리 감독이 다시 영상에 담았다. 우리에게는 <마농의 샘>으로 알려져 있는 2부작이다. <마리우스>로부터 이어지는 연작물도 21세기에 이르도록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로 계속하여 새로 만들어졌다. <아버지의 영광>과 <어머니의 성>은 1990년에 이브 로베르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마르셀의 여름>과 <마르셀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여름의 마지막 자락에 마땅한 휴가 계획이 없다면 가족들 모두 둘러앉아 잔잔한 웃음이 절로 나오는 가족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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