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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젊은 박물관장

등록 2018-06-14 18:51수정 2018-06-14 18:59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옥스퍼드에는 애슈몰리언 박물관이 있다. 정치가로서 골동품 수집에 일가견이 있었던 일라이어스 애슈몰이 기증한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17세기 말에 지어졌으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 박물관이다. 이곳에 스물일곱의 케네스 클라크가 관장으로 부임했다. 예술에 접할 기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존 러스킨의 영향을 크게 받은 역사학도였다. 삼 년 뒤 그는 내셔널 갤러리의 관장이 되었다.

전임 관장의 퇴임 후 그 자리를 노리는 파벌들의 반목에 싫증이 난 정치가들이 예술계에 화합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가 적임자라고 판단하여 내린 조치였다. 클라크는 스스로가 너무 젊다는 이유로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박물관장보다는 학자로서의 길을 가고 싶어 했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결국 그는 그 직을 수락했다.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기대를 훨씬 넘어서며 그 직책을 10년 동안 수행했다. 전시장과 전시 방식을 개선하고 박물관에 최초로 전기 조명을 설치하여 저녁에도 사람들이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축구 경기의 결승전으로 런던에 관중이 운집할 때는 평소보다 두 시간 먼저 개관하여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2차대전 당시에는 독일의 공습으로 예술 작품이 파손될 우려가 있자 처칠의 승인을 얻어 비밀의 장소에 작품들을 보관했다. 빈 박물관은 점심시간과 이른 저녁에 콘서트 장소로 사용했다. 암울했던 전쟁의 시기에도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그곳에서 1698회의 콘서트가 열렸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관장직을 떠났다. 그렇지만 대중에 예술을 전하려는 그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로 <문명>이 나타났다. 50분 프로그램 열세 편으로 예술의 역사를 개괄한 이 시리즈는 예술 다큐멘터리의 효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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