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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영웅의, 귀족의 미덕?

등록 2018-06-07 18:00수정 2018-06-07 19:17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비코의 원전을 세밀하게 읽으며 그를 깊이 알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넘어 그를 향한 애정이 늘어나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상상력을 증폭시킨다고 말했던 제임스 조이스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고, 그런 창의력은 단지 머릿속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엄청난 독서와 인간성에 대한 심원한 이해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밑바탕에는 민중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깔려 있음을 알게 된다.

비코는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를 읽는다. 등장하는 영웅들이 주는 교훈이라고 칭송하던 것들을 그는 단호하게 꾸짖는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이라고 받들어진 아킬레우스의 언행 그 어느 곳에 인간성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가? 단지 개인적인 모욕에 대한 복수심과 무례할 정도의 오만함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은 문학 작품 속의 일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민들에 대한 귀족의 우월성이 표출된 것이다. 그는 로마사에서 영웅이라 불린 사람들을 나열한다. 브루투스는 자유를 위해 자신의 집과 두 아들을 바쳤다. 스카이볼라는 적국 왕의 암살에 실패하자 자신의 팔을 화염 속에 넣어 그가 겁에 질려 도주하게 했다. 만리우스는 군율을 어겼다 하여 승리를 거둔 아들의 목을 베었다.

역사가들은 수많은 사례를 들어 그들의 덕성을 찬양한다. 비코는 또다시 그들을 꾸짖는다. 그들 중 어느 누가 로마의 비참하고 불행한 평민을 위해 그 일을 했던가? 그들은 전쟁의 부담을 악화시켜 평민을 고리대금의 깊은 바닷속으로 던져 넣어 그들을 개인적인 노예로 부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평민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사람들은 반역자로 낙인을 찍어 살해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이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로마의 평민들에게 다소간 신경을 썼다는 혐의만으로 그는 타르페이아 바위에서 아래로 던져졌다. 그러면서 평민들보다 우월한 본성을 갖고 있다고 여긴 귀족들은 스스로 영웅이 되어 자신들의 탐욕과 잔인함을 미덕이라고 미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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