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막심 고리키는 레닌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대화를 회상한다. 레닌은 그런 음악을 들으면 더러운 골방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한 사람들을 칭찬해주고 싶은 착한 마음이 들지만, 실제로는 민중을 무자비하게 대해야 하니 다스리는 것은 지독히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다. 플로리안 도너스마르크가 대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 <타인의 삶>은 그와 유사한 착상에서 시작되었다. 암울한 방 속에서 타인의 삶을 비밀리에 감시하는 자의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라면…. 그렇게 해서 영화 <타인의 삶>은 2006년 빛을 보았고 그와 동시에 각본도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연인 관계인 극작가와 여배우의 삶을 감시하던 비밀경찰이 점차 그들의 삶에 동화되었다. 감시를 지시한 고위직의 여배우에 대한 탐욕이 개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는 그들을 돕는다. 냉혈의 비밀경찰 내부에 인간애가 싹트게 된 배경에는 시와 음악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그는 한직으로 쫓겨나게 되는데, 동독이 붕괴한 이후 극작가는 이전의 기밀문서를 살펴보면서 한 비밀요원의 도움을 받았음을 깨닫는다. 그는 신작 소설을 그 비밀요원에게 헌정한다. 나오자마자 독일 영화상을 휩쓸었고 2006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 영화상을 받았던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동독이 붕괴된 지 16년 뒤에 만들어졌고, 그 당시 16살에 불과했던 감독이 만든 영화의 감옥 내부 소품이 사실적으로 정확하다는 데 놀랐다. 그렇지만 정작 그 감옥은 촬영장이 되지 못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뀐 그곳의 관장이 전직 비밀경찰을 미화하는 영화에 장소를 내줄 수 없다고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의 취지에 공감한 배우들이 평소 출연료의 20% 정도를 받으며 연기에 몰두했던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으니, 고맙게 봐야 할 영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