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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개구쟁이 데니스

등록 2018-05-03 18:13수정 2018-05-03 19:4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이런 우연의 일치가 가능할까? 거의 70년 전 내용이 완전히 다른 만화가 같은 날 같은 제목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태어났다. 우리에겐 “개구쟁이 데니스”라고 알려져 있는 “위협적인 데니스”가 1951년 3월12일 미국에서 창간되었는데, 그날 영국에서도 똑같은 제목의 만화가 선을 보였던 것이다. 원제목으로 읽으면 “데니스 더 메니스”라 하여 각운을 맞추려는 시도가 보편적으로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생년월일까지 똑같음에 이르면 우연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영국의 만화도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만 텔레비전을 넘어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비디오게임까지 출시된 미국 만화의 위세에 눌렸는지, 아니면 단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이후 제목을 “데니스와 이를 가는 개”로 바꾸었다. 말썽을 일으키는 주인공의 애완견을 제목에 포함시킨 것이다.

양쪽 나라 모두 만화의 주인공이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천진난만한 부모의 속을 태운다는 점에선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더 친숙한 미국의 개구쟁이에게 초점을 맞춰야겠다. 네 살배기 아들을 둔 미국 만화의 원작자 헨리 케첨은 한사코 낮잠을 자지 않으며 말썽을 부리는 아들 데니스를 소재로 만화를 착상했다. 제목으로 고민을 하던 차에 아들의 말썽에 지친 아내 앨리스가 “당신의 아들은 위협 그 자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힌트를 얻어 그것이 제목으로 굳어졌다. 만화 속에서도 부모의 이름이 헨리와 앨리스이니 이 만화는 가족사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데니스는 사람들을 골탕을 먹이려고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천성적으로 모든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나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일들을 시작하지만 그것이 소동으로 귀결되는 것일 뿐이다. 부모는 지긋지긋해하면서도 결국은 귀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어린이날에 다시 만나고 싶은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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