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1972년의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여러모로 당시의 세상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미국의 홀아비가 파리에서 젊은 여인을 만나 익명의 성관계를 맺는다. 서로 조금도 알기를 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하루 동안의 성애에 탐닉한 것이다. 훗날 길거리에서 마주친 여자에게 남자는 관계를 다시 갖기 원한다고 말한다. 과거를 털어놓는 남자에게 여자는 환멸을 느끼며, 아파트에 따라 들어온 남자를 사살한다. 모르는 남자가 겁탈을 하려 침입해 정당방위로 총을 쐈다고 경찰 심문에 대비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줄거리 자체도 충격이지만, 노골적으로 이어지는 정사의 장면은 훨씬 더 큰 파격이었다. 감독으로서 극본까지 썼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는 영화가 배급이 된 뒤 형사 소추가 잇달았고, 결국 모든 필름을 파기하라는 법원의 명령이 떨어졌다. 감독과 제작자는 물론 남자 배우 말런 브랜도도 2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은 유예되었다. 미국에서는 노골적인 장면들마다 가위질을 했음에도 엑스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파장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성적 자극을 더욱 가하려는 듯 영화에는 버터를 윤활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강간의 장면이 나온다. 문제는 그 행위가 대본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베르톨루치가 즉흥적으로 착상하고 브랜도가 거기에 합의를 하여 그 장면을 고안했는데, 제작 당시 19세의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에게 동의를 얻기는커녕 알리지도 않고 촬영을 강행했던 것이다. 모욕을 느껴 눈물을 흘리며 촬영에 임했던 슈나이더는 그것이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일생에 유일하게 후회되는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영화일 뿐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었던 말런 브랜도와는 친구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라며 자신이 슈나이더의 청춘을 훔쳐가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던 감독 베르톨루치와는 결코 화해하지 않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