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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징글벨

등록 2017-12-21 17:44수정 2017-12-21 19:1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크리스마스 시즌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가 ‘징글벨’이다. 옛날 어느 누군가가 흰 눈 쌓인 벌판을 달리는 썰매를 보며 겨울 한철의 풍경을 노래로 만들었으며, 그것이 이제는 캐럴로 굳었으리라. 보통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내력을 알게 되면 이 세상의 많은 일들처럼 이 노래에 관한 사실도 그러한 상식을 배반함에 놀라게 된다.

작곡자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가 이 노래를 처음 선보인 것은 1857년 가을 추수감사절 기간이었다. 그가 주일학교 성가대를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역사가들은 그것을 부정한다. 19세기 중반에 교회에서 부르기에는 이 노래가 너무도 세속적으로 흥겹다는 것이다. 보스턴의 길거리에서 처음 공연되었던 이 노래는 지역의 많은 합창단에서 부르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게 몇십 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크리스마스와 연결된 것이다.

1857년 9월16일에 이 노래는 ‘한 마리 말이 끄는 썰매’라는 제목으로 저작권이 등록되었다. 작곡자의 친구 하나가 이 노래를 “즐거운 딸랑 소리(징글)”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점차 이 노래의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징글’이라는 영어 단어는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뜻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술잔에 담긴 얼음이 술잔과 부딪치는 소리도 바로 그 의성어로 표현하기에, 사람들은 권주가로 이 노래를 불렀다.

말이 끄는 썰매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함께 자리할 기회를 주면서 인적 없는 숲으로 그들을 데리고 간다.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노래 2절의 가사를 들어보자. “썰매를 탔는데/ 패니 브라이트 양이 내 옆에 앉았네./ 말은 홀쭉하게 말라/ 썰매는 위태로워도/ 불행이 내 복인가/ 말은 둑에 처박히고/ 우리는 흠뻑 취했네.” 무엇에 취했을까?

즐거운 계절이 거룩해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 약간의 환락도 아름답게 보이는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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