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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세 편의 영화로 남은 사람

등록 2017-12-14 17:56수정 2017-12-14 19:39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연말연시에 방영하는 흘러간 영화를 통해 자주 만나는 배우 중 하나가 제임스 딘이다.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인 어머니가 일찍 암으로 사망한 이후 그는 불안정한 삶을 살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비운을 겪은 것은 아니어서, 고등학생 시절 그는 야구와 농구는 물론 웅변 팀에서도 능력을 보인 우수하고 인기 많은 학생이었다.

대학에선 법학에서 드라마로 전공을 바꿨기에 아버지와 갈등을 겪었다. 어쨌든 연기가 천성이었는지, 연기 수업을 받던 그는 전업 연기자가 되려고 대학마저 중퇴했다. 그렇지만 성공 가도에 이르는 길은 순탄치 못했다. 그는 콜라 광고를 통해 텔레비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잡다한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단역으로만 등장했다.

<에덴의 동쪽>이 그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존 스타인벡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던 엘리아 카잔 감독은 남자 주인공 캘 트래스크의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할 배우를 물색하고 있었다. 카잔은 말런 브랜도급의 연기자를 원했으나 각색자는 당시까지 거의 무명이었던 제임스 딘을 추천했다. 원작자 스타인벡이 이 신인 배우가 그 역에 완벽할 것 같다고 인정하여 결국 딘으로 낙점되었다.

촬영이 시작된 뒤 정확한 대본이 없이 연기는 거의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딘은 그것을 자신을 위한 최고의 기회로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의 원래 대본은 병상의 아버지가 아들 캘이 벌어온 돈을 거절한 뒤 아들이 낙담하여 떠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딘은 떠나는 대신 감정을 격발시켜 아버지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역의 배우조차 이 반전에 깜짝 놀랐는데, 카잔은 딘의 이 즉흥 연기와 아버지의 반응까지도 그대로 영화에 살렸다.

<이유 없는 반항>과 <자이언트>로 인기의 최정상에 오른 그는 자동차 경주에서 스물넷의 삶을 마감했다. “죽은 뒤에도 살아있을 수 있다면, 그가 위대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기준으로 위대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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