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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알찬 여자

등록 2017-11-30 17:46수정 2017-11-30 19:3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세 살배기 예쁘장한 소녀가 발레와 탭댄스를 배워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에도 올랐다. 성인이 될 무렵에는 발레 학원을 차려 그곳에서 가르쳤다. 본인은 캉캉 무대에도 오르며 나이트클럽에서 백댄서로 일했다. 틈틈이 연기 공부도 해왔던 그가 단명했던 텔레비전 시트콤에서 배역을 맡았다. 머리가 텅 빈 금발 미녀의 역할이었다. 그 뒤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다 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맡은 역도 비슷했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낄낄 웃다가 다음 순간에 정색을 하고 대사를 읊었던 것이다.

이렇게 골디 혼에게는 멍청한 금발 미녀라는 이미지가 부착되었다. 비키니를 입고 찍은 포스터가 그런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렇게 고착된 고정관념이 그를 따라다니며 그에게 더 큰 영광을 안겨주었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찍은 영화들마다 속된 말로 ‘예쁘지만 골이 빈’, 말만 잘하면 허락해줄 것 같은 캐릭터로 그를 부각하며 인기를 몰았다. 그는 흥행의 성공을 보증하는 배우가 되었고, 그런 영화 중 하나인 <선인장 꽃>으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실생활의 그는 야무지다. 인기의 절정에 있다가 암으로 투병하는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영화계를 떠났던 그는 어머니의 사망 이후 영화 제작자와 감독으로 은막의 세계에 돌아왔을 뿐 아니라 <조강지처 클럽>을 통해 연기자로도 복귀했다. 그러면서 케이트 허드슨을 비롯한 세 명의 자녀를 훌륭한 배우로 키웠다. 남성들이 지배하는 영화 산업의 세계에서 자신의 소명 의식과 신념 체계를 고수하면서도 “덜 위협적인 방식으로 견해를 제시하는” 신중함이 그의 비결이었다.

2003년에 창설한 ‘골디 혼 재단’은 비영리기구로서 전 세계적으로 혜택이 박탈된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통한 재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알찬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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