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팀 선임기자 1997년 2월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복제양 돌리’가 등장했을 때 세상은 떠들썩했다. 이어 생명공학의 신세계는 난치병 치료의 희망과 생명복제 오용의 우려를 낳았다. 그 무렵 정보통신 취재기자였던 나는 뜻하지 않게 과학기술 취재의 길에 들어섰고, 낯선 과학·공학의 이야기들에 파묻혀야 했다. 논란을 다루는 과학 뉴스가 부쩍 많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인 듯하다. 그해 11월 독특한 색깔의 시민단체가 생겨났다. 시민사회와 관련한 과학기술 의사결정에는 시민도 참여해야 한다며 ‘시민참여와 과학기술 민주화’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과학기술이 다 들려주지 못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었다. 지난 10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시민과학센터 20년을 결산하는 자리였다. 이 단체는 2005년 참여연대에서 독립해 이후엔 독자적으로 과학기술 비평의 담론을 생산하고 시민참여의 대안적 제도를 제시하는 일을 주로 해왔는데, 이날 모임은 출발지인 참여연대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곳은 출발지이자 종착지가 됐다. 아쉽게도 이날 모임은 단체 해산을 알리는 마지막 자리였다. ‘과학기술 시민참여’는 이제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시민과학센터 활동가들은 더 성숙한 길을 찾아나서는 걸까? 마지막 모임엔 단체를 이끌었던 김환석, 이영희 교수, 김동광 박사, 그리고 송상용 전 교수를 비롯해 연구자, 교사, 노조·단체 활동가, 학생 등 20여명이 함께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회고조가 됐다. 다행히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둘러싼 공론화 과정을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숙의민주주의’라는 낯선 말이 대중매체에서도 낯설지 않은 시절을 맞았으니 이들의 활동은 뚜렷한 흔적을 남긴 셈이다. 사회와 관련한 과학기술 쟁점을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주도하던 분위기도 지난 20년을 거치면서 점차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과학에 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만이 부각되던 시절에 과학 취재를 시작하면서, 흥미진진한 연구성과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는 데 즐거움을 얻으면서도, 한편에선 무언가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쟁점은 시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데도 ‘시민사회에 서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 적었고 왜 그런 시선이 필요한지도 모를 정도로 낯설던 시절이었다. 전문가들은 말하고, 시민 청중은 들어야 했다. 외부인인 기자로서 이들의 회고를 들으면서, 그동안 과학기술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전문가주의나 과학기술 예외주의를 의심하며 깨뜨리는 데 이 단체를 드나든 많은 이들이 여러 일을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연구부정 사태 때에 중심 역할을 했지만, 과학기술의 사회적 쟁점에 시민이 어떻게 참여해 목소리를 낼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시민참여의 방식을 제안하고 시도한 곳도 이 단체였다. 지엠오(GMO), 생명복제, 원전을 주제로 시민들이 참여해 합숙하며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이뤄내는 합의회의나 시민배심원 같은 시도는 과학기술 쟁점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과학기술이 바라보는 시민사회 소통의 길과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과학기술 소통의 길은 ‘따로 또 함께’의 관계인 듯하다. 두 가지 시선과 길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하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다. 아마도 그런 길로 나아갈 것이다. 시민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많은 과학기술인 단체들이 생겨났다. 과학기술을 이해하며 시민사회의 눈으로 비평하고 토론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시민참여’에 이미 익숙한 세대에서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어질 것이다.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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