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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양쪽에서

등록 2017-11-09 18:09수정 2017-11-09 21:0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롤링스톤>은 창간 50주년이 넘도록 미국에서 격주로 발간되는 대중문화에 대한 권위 있는 잡지다. 거기에서 캐나다 출신의 조니 미첼에 대해 “역대로 가장 위대한 가수이자 작곡가”라 평했다. 3천만 곡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최대의 대중음악 데이터베이스인 ‘올뮤직’에서는 “먼지가 가라앉고 나면 조니 미첼만이 20세기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여가수로 우뚝 서 있을 것”이라고 극찬을 했다. 확실히 조니 미첼은 그 자격이 있다.

그는 캐나다 곳곳에서 버스킹을 하다가 미국에 정착했다. 그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일차적 이유는 오랜 기간에 걸쳐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어 부르며 음악의 다양한 영역을 섭렵한 사실에 있다. 포크로 시작했지만 로큰롤, 블루스, 재즈는 물론 클래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음역도 메조소프라노에서 콘트랄토로 확대시켰다.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어 발간한 앨범의 표지를 모두 손수 그렸다. 그는 스스로를 “상황에 의해 일탈한 화가”라고 규정할 정도였다. 비대해지는 음악 산업에도 일침을 가해 2007년에 낸 열일곱 번째 앨범 이후로는 공연도 레코드 발간도 하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사회적 문제와 환경에 대한 이상을 많이 다룬다. 그렇다고 거기에 집착하진 않는다. 사랑의 기쁨은 물론 마음의 혼란과 삶에 대한 환상까지도 건드리며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양쪽에서’(Both Sides Now)라는 노래는 곡이 뛰어난 것에 더해 가사는 미국의 영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한 편의 주옥같은 시다. 그래서 대단히 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불렀다. 구름과 사랑과 인생을 노래하는데, 한쪽에서만 봤던 젊었을 적의 내가 이제는 양쪽에서 보며 내가 보는 것이 그것들에 대한 나의 환상에 불과한 것임을 받아들인다.

자식을 키울 방도가 전혀 없이 홀로 버려진 미혼모로서 딸을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아주 뒤늦게야 인정한 그의 개인적 고뇌를 이 노래에서 읽는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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