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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공범자들’

등록 2017-09-28 17:53수정 2017-09-28 19:38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1968년 가을 개편을 맞아 미국의 <시비에스>(CBS) 방송사에서는 종래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텔레비전에 잡지의 개념을 도입해 보도자가 한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층 탐사를 한 내용을 다룬 것이다. 캐나다의 한 뉴스 채널에서 2년 전부터 유사한 방송을 내보내긴 했지만, 미국의 3대 메이저 방송사에서 시작할 때에는 그 무게감부터 달라졌다.

이 방송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되기에 제목도 <60분>이라고 붙였다. 다른 뉴스 프로그램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이 포맷에 시청자들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격주로 나가던 방송이었으나 3년이 지나면서 화요일 밤 10시의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9월24일에 5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미국이라고 그것이 쉬운 길은 아니었다. 공정한 방송을 유지하려는 기자와 앵커들의 확고한 집념이 그 과정을 이끌었다. 유일하게 사임한 미국 대통령이 된 리처드 닉슨은 베트남 전쟁에 관한 방송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60분>은 클러스터 폭탄, 징병 반대자들, 남베트남 부대의 진상 등을 계속 폭로했다. 그뿐 아니라 서아시아, 나이지리아, 북아일랜드 등지의 사태와 미국의 연계를 밝히며 닉슨 행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공정 보도에 대한 갈망을 실현해주는 방송사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와 자부심이 얽혀 좋은 방송을 수호한 것이다.

1983년부터 방영된 <추적 60분>이 이와 비슷한 최초의 우리나라 방송이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이런 방송이 축소되고 폐지되었다. 영화 <공범자들>은 그때 시작된 방송 장악 음모의 실체를 파헤친다. 마지막 장면에 비로소 주역이 등장하는데, 그에겐 ‘공범자’라는 칭호가 부족하다.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은 그는 ‘주범’이 되어 마땅하다. 긴 추석 연휴에 주범이 누군지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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