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자·연세대 명예교수 지난 22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과 연대’라는 주제 아래 제9회 창의 서밋의 주빈으로 중국의 혁신가 원톄쥔 교수를 초대했다. 그는 1951년 베이징 출생으로 <백년의 급진>이라는 책을 통해 신해혁명 이후 중국 근대 100년의 ‘급진’을 마감하고 체제 전환을 해내자고 주장하였고, <여덟 번의 위기>라는 책을 통해 지난 60년간 중국이 겪은 경제위기를 분석하면서 향촌 건설이라는 대안을 실현해가고 있는 경제학자이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사실 중국에 대해 별로 호기심이 없었다. 그들과 만난 원 교수는 강연 초입에 소련 붕괴 직후 그가 미국에 갔을 때 모든 미국인들이 ‘중국 붕괴론’을 말했고 지금은 이구동성 ‘중국 위험론’을 말한다면서 주목을 끌었다. 또한 일본과 한국 등 이웃 국가에서는 중국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싫어한다면서 자신을 이상한 나라에서 온 이상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청년 시절 이야기로 보따리를 풀었다. 문화혁명기의 ‘하방운동’(대도시에 사는 당원과 공무원, 대학 졸업생 등 엘리트들로 하여금 변방 지역에 체류하면서 노동을 익히게 하여 도농 간의 거리를 좁혀간 정책) 때 베이징 도시 소년이었던 그는 가족과 ‘하방’하여 농촌에서 11년을 보냈다. 서른네살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무일푼으로 넉달간 1만 킬로미터가 넘는 황허 연안의 서북부를 여행하였다. 그때 그는 장엄하고 변화무쌍한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꼈으며 아주 힘든 극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또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경험했고 그 체험이 평생 살아가는 힘과 지혜의 원천이 되었다고 했다. 학자가 된 뒤에도 단돈 2000달러만 들고 멕시코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를 포함해서 아르헨티나, 네팔, 인도 등 세계 곳곳의 위기 현장을 다니면서 근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망하게 되는지를 온몸으로 탐구하였다. 예순 중반에 들어선 원 교수는 한 개인으로서 자기가 거친 장엄한 ‘분투의 일대기’를 진심을 담아 들려주면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이 풀어갈 분투의 나날을 잘 살아내기를 당부했다. 동아시아인이자 경제학자로서의 그는 농업 산출로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하던 실물경제가 ‘화폐 산출’의 금융경제로 대체되면서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는데 그때 국가가 글로벌 금융 편을 들게 되면서 인류의 미래는 암울해져버렸다고 말했다. 그의 복안은 식량주권을 지키고 산업·문화·교육이 결합된 농업을 육성하는 신중농주의이다. 그는 ‘향촌 건설 운동’으로 이 복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내고 있다. 그는 중국이나 한국처럼 아직 손으로 농사를 지을 줄 아는 농민들이 남아 있는 ‘원주민 국가’는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농촌으로 도시적 삶에서 답을 찾을 수 없음을 알아차린 청년들이 유입될 때 그는 후기근대적 농촌 재건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때 그가 말하는 농업은 ‘6차 산업’이다. 농업을 ‘생산’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공, 유통 등 2~3차 산업, 더 나아가 도가적 실천을 통해 서로를 돌보고 가르치며 병든 문명을 치유하면서 호혜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초통합적 활동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는 지금 중국의 청년 인구를 이동시키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남녀가 국방 의무를 함께 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회자되었는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녀의 공평한 국방 의무가 아니라 남녀 청년들이 ‘하방’하는 사회복무제도가 아닐까? 열다섯 나이에 1년, 스무살에 1년이어도 좋을 것이다. 함께 숙식을 하지 않아도 좋다.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노동을 익히고 턱없이 부족한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돌봄 영역에서 헌신하며 돌봄 능력을 키워가는 것, 크고 작은 재난과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대에 필요한 용맹함과 민첩함을 익히는 것, 이런 활동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분투’의 장이 열려야 할 때이다. 외국 국가원수들이 서로 미쳤다고 욕하면서 핵무기 버튼을 만지작거리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한 지금, 국방부의 기능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군대는 무엇으로 나라를 지키는가? 십대 소녀가 초등학생의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 사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하며 탁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숙고할 때다. 그래서 청년 사회복무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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