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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글렌 캠벨

등록 2017-08-31 18:35수정 2017-08-31 21:46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소작농의 열두 자녀 중 일곱째였다. 옥수수나 감자를 키웠지만 먹고살기도 힘들었고,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그 농가에선 돈을 보기 힘들었다. 그들에겐 1달러짜리 지폐조차 대문짝처럼 보였다.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그 가족은 떨어진 목화를 주웠는데, 45㎏ 정도를 주우면 1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하루 종일 주워봐야 30㎏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그 가족은 노래를 즐겨 불렀고, 특히 그 일곱째 아들은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기타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라디오와 전축을 들으면서 연마한 솜씨는 지역의 방송국에서 연주하며 노래하게 될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게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된 그가 연예계에서 50년 이상을 종사하며 12개의 골드디스크를 산출한 글렌 캠벨이다. 주로 컨트리앤드웨스턴풍의 노래를 불렀던 그는 전성기였던 1967년에는 한 해에 그래미상의 네 부문을 석권했다. 컨트리 음악과 관련된 모든 상을 받으며 마침내 2012년에는 평생의 업적을 인정받아 그래미 공로상을 받았다. 노래의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에도 출연하여 골든글로브 신인상 후보로 지명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사생활에서는 그다지 칭찬받을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네 차례의 결혼은 연예계의 뒷소문으로 좋은 소재가 되었다. 알코올 중독은 물론 코카인 중독도 구설에 올랐고 음주운전으로 현장에서 적발되어 열흘을 구치소에서 보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도 오락가락해, “민주당원으로 등록했지만 공화당 후보를 찍은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연예계 경력에 비하면 마무리도 별로 좋지 못해 2011년부터 치매를 앓다가 결국 장기요양원에서 얼마 전 8월 초에 타계했다.

서양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노래 ‘타임’이 아마도 우리나라에선 가장 유명한 그의 곡일 것이다. “좋은 시절이여, 어디로 갔는가!” 그만의 절규 같지만, 많은 사람들을 불현듯 옛 시절로 돌려보내는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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