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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 칼럼] 본격화한 핵 해법 ‘시즌 3’이 성공하려면

등록 2017-07-03 17:50수정 2017-07-03 18:56

김지석
대기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공동성명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두 나라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대북 압박만 부각되던 트럼프 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원칙에 균형이 잡히는 모양새다. 핵 해법 ‘시즌 3’의 본격 출발이라고 할 만하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사반세기가 된다. 핵 문제를 풀기 위한 관련국들의 과거 노력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조지 부시 미국 정부가 출범한 2001년까지가 시즌 1이다. 이 시기엔 북-미 협상이 해법의 중심축이었다. 그런 만큼 미국과 북한 양쪽의 태도 변화에 취약했으며, 결국 강경 기조의 부시 정부 등장과 함께 실패로 끝났다.

6자회담을 해법의 주된 수단으로 한 시즌 2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지속적인 실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8년 말부터 6자회담 자체가 중단됐다. 그 뒤 미국에서는 1·2기 버락 오바마 정부,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해당하는 긴 기간 동안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사실상 없었다. 핵 해법에 관한 한 ‘잃어버린 8년’이자 북한 핵 역량이 실전 수준으로 급격히 높아진 시기다. 이 시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기와도 거의 겹친다.

지금 시작하는 시즌 3의 핵심 계기는 촛불혁명으로 뒷받침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트럼프 정부 출범이다. 핵 문제 자체는 이전 시기보다 훨씬 나쁘지만 시즌 3의 성과를 기대할 징조가 있다. 핵 문제를 반드시 풀겠다는 한·미의 공동 의지가 그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핵 문제 해결을 대외정책 최우선 순위로 놓은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이전 정부들보다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하다. 과거 예로 볼 때, 한국과 미국이 적어도 3~4년 이상 일관되게 노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핵 해법 실마리가 만들어지더라도 실천 단계에서 동력이 꺾이기 쉽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핵 해법에 필수적인 중국의 안정적인 협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와 갈피를 잡기 힘든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협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여건은 과거보다 괜찮은 편이다. 중국은 지금 남북한을 비슷한 값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균형외교 노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단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있다. 미-중 대결이 지속되는 한 북한이 완충지 구실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핵 역량 강화가 중국에도 갈수록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대북 대화 통로를 다시 열고 이를 확장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사이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 이에 더해 북한을 핵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서도 남북 대화가 필수다. 공동성명은 “올바른 여건 아래서 대북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했는데, ‘올바른 여건’을 구체화하는 데도 대북 사전 대화가 유용하다.

문 대통령은 핵 동결을 대화의 입구, 폐기를 출구로 설정하는 2단계 접근론을 공식화했다. 이런 방식은 큰 틀로는 합리적이지만 실제로 유효한 대화를 끌어내려면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당장 핵 동결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이 아니라 핵 동결을 대화 입구로 설정하는 게 현실적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핵 문제 해결에 필요한 각종 동력을 확보하고 하나로 꿰려는 노력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 지금 한·미는 대북 접근과 관련해 일단 ‘굿 캅’(좋은 경찰, 한국)과 ‘배드 캅’(나쁜 경찰, 미국)의 역할을 떠맡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대 압박과 최대 관여를 분리한 듯한 이런 식의 구별은 오래갈 수 없다. 관여를 전제로 한 압박, 대화의 성과를 뒷받침할 압박이 필요할 뿐이다.

시즌 3은 핵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중반에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대범하면서도 세심해야 한다.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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