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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참여정부를 넘어서려면 / 한귀영

등록 2017-06-04 18:15수정 2017-06-04 19:46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84%로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갤럽이 6월2일 발표한 결과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인사 논란의 와중에 나온 지지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긍정평가(44%)가 부정평가(32%)보다 높고,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는 긍정평가가 75%에 이른다. 정치권의 허니문, 협치는 깨졌을지 모르나 국민 사이에서는 폭넓은 협치가 이루어지는 듯하다.

물론 이 협치는 위태롭다. 여소야대 정국이다. 야권이 반대하면 여당은 단 하나의 개혁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개혁의 좌절이 반복되면 지지층의 관심과 기대는 소진되기 마련이다. 지지층 연합이 붕괴하면 국정은 동력을 잃는다.

꼭 여소야대가 아니라도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이런 전철을 밟았다. 미국 등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들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대통령 지지도 하락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법칙처럼 여겨지곤 한다. 대통령 지지도는 대통령이 보유한 최고의 전략자산이자 통치력의 기반이다. 하지만 정당지지도에 비하면 불안정하고, 일단 하락하면 반등이 어렵다. 그래서 신임 대통령에게는 임기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

임기 초반 지지도 관리의 핵심 열쇠는 대통령이 제기하는 어젠다에 달려 있다. 어젠다는 대통령이 민심을 수용하는 프리즘이면서 대중의 욕망과 대통령의 관심이 만나는 접점이다. 대통령은 어젠다를 통해 대중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임기 초반 대통령의 어젠다는 그래서 더욱 각별한 관심을 끈다.

어떤 어젠다가 대중의 열망과 기대에 부합하면서 대통령 지지로 이어질까? 참여정부의 경험을 통해 생각해본다. 필자가 참여정부 5년을 대상으로 대통령 지지도와 어젠다 간 관계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초중반에 자신의 에너지를 정치적 어젠다에 쏟았다. 행정수도 이전, 국가보안법 폐지, 대연정과 선거제도개혁 맞교환 등 개혁의 명분이 분명하되 갈등도 극심한 어젠다들에 주력했다. 반면 경제사회 어젠다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나마 추진한 것들도 개혁성보다는 보수진영과 타협하는 어젠다가 다수였다. 비정규직을 더 불안하게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 부동산 공급 확대 조치 등이 그것이다. 재벌개혁 등 강력한 양극화 해소책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러한 어젠다들 앞에 대중은 실망했고 지지도는 하락했다. 반면 경제사회의 개혁과제를 내세웠을 때 지지층은 결집하고 반대층은 축소되었다. 당장은 지지하지 않아도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배후층도 늘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치개혁 어젠다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정치개혁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일상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중의 일상은 지금 고용불안, 노후불안, 육아불안 등으로 위태롭다. 다르게 ‘먹고사니즘’에 대해 답하지 않으면 정치개혁은 요원하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불평등이 해소된 공정한 복지사회다. 한겨레-리서치플러스의 4월1일 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으로 삶의 기회가 닫힌 불공정 사회가 아니라, 노력에 따라 보상받고 국가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 임기 초반 문재인 정부가 이 어젠다에 주력하기 바란다. 그의 높은 지지도가 어젠다 추진의 전략자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대통령 지지도 하락의 법칙을 거스르는 첫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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