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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대통령의 경제참모 / 황보연

등록 2017-05-21 20:08수정 2017-05-22 08:47

황보연
정책금융팀장

“여러 말 할 것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당시 김재익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에게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기면서 한 말이다. 군 출신으로 경제에는 문외한이었던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전폭적으로 신임했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로 회자되곤 한다. 김 수석이 1983년 10월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숨지지 않았다면 5공화국 내내 경제수석이었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의 경제참모에게는 각별한 관심이 뒤따랐다. 경제 분야는 국정과제 수행에 있어 핵심으로 꼽히는데다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공약 이행 가능성이 큰 집권 초기일수록 관심은 더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하고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아직 경제수석과 신설될 일자리수석·경제보좌관·재정기획관 등의 자리가 비어 있지만 새 정부 경제팀이 어느 정도 베일을 벗은 셈이다.

새 정부 경제팀 인선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개혁 성향 인사와 관료 출신 인사가 얼마나 조화롭게 배치되느냐에 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논의 등을 고려하면 올해 개혁과제를 대부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집권 초반에 관료 출신보다는 개혁파를 많이 등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못한 관료집단에 정책 주도권이 넘어가면 개혁 추진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양도세 중과제도 시행 시점 등을 두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진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의 경제정책 결정은 정치가 군림하고 관료가 통치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왔다. 경제를 맡길 인재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위험 회피 차원에서 관료집단에 의존해온 측면이 크다”고 진단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에 성균관대 교수 출신인 김태동 경제수석은 임명된 지 석달 만에 관료 출신 강봉균 전 장관에게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

반면에 박근혜 정부에서 오랜 리더십 공백을 겪은 만큼 위기관리에 능숙하고 정책조정 능력이 탁월한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기류도 있다. 한 경제부처 간부는 “당장은 전문성과 안정성을 갖춘 관료 출신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면이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조건은 향후 인선 과정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개혁파 등용에 좀더 힘이 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경제참모에 개혁 성향 학자를 배치하고 내각을 이끌 경제사령탑에는 정통 관료 출신을 앉혀 ‘안정 속 개혁’을 이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장하성 교수는 한국 사회 재벌개혁과 불평등 완화 문제에 지속적으로 매달려왔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 등을 함께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을 얻고 있다. 다만 조화와 균형을 어떻게 이루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청와대 조직개편에 따른 재정기획관 신설에 숨겨진 함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설되는 재정기획관 자리는 직제상 정책실장이 아닌 비서실장 직속으로 돼 있다. 그만큼 대통령의 의중이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다. 문 대통령은 공공 일자리·복지 확충을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는 재정건전성에 집착해온 기존 정부 정책과는 차별화된 기조다. ‘예산은 관료가 짜는 것’이라는 인식과 관행이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관료에게만 맡기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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