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역사가의 한 사람이다. 그는 젊었을 적 좌측의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봤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우측으로 선회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변절’과 같은 용어로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폭넓게 통합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고 해야 한다. 그의 영향을 받은 제자들이 좌우 진영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호프스태터는 <미국 사상 속의 사회진화론>이라는 책이 출판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19세기말 미국 자본주의의 냉혹한 약육강식을 비판하면서 사회진화론이 합리화의 명분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학문에서 얻은 통찰을 명쾌한 문체에 녹여냈기 때문에 그 책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급진적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와 친구로서, 사회학과 심리학 저서를 탐독했다. 막스 베버, 카를 만하임,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프랑크푸르트학파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비이성적 공포’나 ‘신분 불안감’ 같은 용어에서 쉽게 읽힌다. 실상 그는 인접 학문 분야들 사이의 협력을 강조하며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치 성향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그는 역사가 찰스 비어드와 결별했다. 비어드는 미국 헌법의 겉에 드러나는 정치적 이념보다는 이면의 경제적 동기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계급간의 투쟁이 역사 변화의 요인이라는 것이다. 호프스태터는 흑백논리의 양극성을 비판하며 ‘동의의 역사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회란 어느 정도의 동의가 배후에 흐르지 않는다면 존속할 수 없다. 어느 사회에도 전면적인 동의가 없듯 심각한 갈등 역시 존재한다. 모든 것은 비율의 문제일 뿐이다.” 그의 저서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번역 출간되었다. 매카시즘의 여파가 아직 생생하던 시절 거기에 초점을 맞춰 쓴 책이다. 오늘날 미국의 상황에도 들어맞지만 우리 사회에도 타산지석이 되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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