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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새 정부에서도 문제는 경제다

등록 2017-05-16 21:12수정 2017-05-16 21:46

정남구
논설위원

외환위기가 일어난 해인 1997년 초부터 경제 담당을 맡았으니 꼭 20년이 되었다. 중간에 다른 분야를 잠시 맡은 적은 있지만 경제를 늘 살펴왔다. 그 세월 동안 내가 취재한 모든 경제관리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한결같이 경제성장률을 가장 중시했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이들은 성장률 수치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고 거의 해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그들은 간명한 성장률 수치를 대통령이 채점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언론과 야당도 정부의 경제운용 성적표로 간주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노무현 정부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4.47%, 이명박 정부 5년간은 3.2%, 박근혜 정부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96%다. 점차 낮아졌다. 그런데 성장률 같은 경제지표를 갖고 하는 평가가 합당할까?

<맨큐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크게 세 가지 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첫째, 경제정책의 효과는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끝난 뒤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둘째, 경제 성과는 전임자가 물려준 경제상황에 의해서도 영향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도 경제지표에 영향을 끼친다. 결국, 재임기의 성장률이 그렇게 믿을 만한 평가 기준은 못 된다는 것이다.

맨큐가 따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엔 정부가 얼마나 많은 국가부채를 동원하느냐도 고려해야 한다. 많이 쓰면 눈앞의 성장률에 도움이 되지만 나중엔 부담이다. 정부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로 보면, 노무현 정부 5년간 적자 누적액은 10.9조원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선 98.9조원, 박근혜 정부 4년간은 111.3조원으로 불어났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자로부터 엄청나게 불어난 가계부채를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운이 나쁘다. 몇년간 성장률을 끌어올린 부동산 경기도 이제 끝물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1분기에 세금이 지난해보다 6조원 더 걷힐 정도로 세수가 호조라는 점에선 운이 좋다.

맨큐는 성장률 같은 경제지표보다 더 나은 평가 방법으로 ‘재임기간 어떤 정책을 추구했느냐’를 보라고 충고했다. 당면한 경제상황에 맞게 제대로 정책 처방을 했느냐를 따지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 않던가. 그래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문재인 정부가 문제 해결책으로 역점을 둔 정책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했는지를 따져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직접 위원장이 되어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한다. 임기 안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모두 없애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 질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매끄럽게 실천할지 주목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청년구직촉진수당과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몇년째 기진맥진 상태인 민간소비를 얼마나 살릴지 주목한다. 순탄한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정권 초기엔 인사와 상징적 개혁 조처가 정부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통령 지지도는 결국 경세제민에 달렸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고 있는 거 같은데, 거 촌장 동무의 위대한 령도력은 비밀이 뭐요?” 촌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뭐를 마이 멕여야지 머….” 늘, 문제는 경제다. 이번엔 특히 ‘일자리와 소비’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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