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여시재 기획이사, 경제평론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 사회혁신수석비서관과 사회적경제비서관이 설치된다. 참신한 결정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사회혁신과 시민참여실’을 설치했다.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거친 소널 샤를 그 책임자로 임명했다. 여기서 사회혁신기금과 자원봉사자 확대 전략과 성과 중심 정부예산 지출 등 다양한 혁신전략이 쏟아져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혁신수석 설치 취지는 이때와 비슷할 듯하다.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민간의 혁신적 생각을 최대한 길어올리고, 민간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대 흐름에 맞다. 국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직접 나서기보다는 민간의 혁신적 노력을 뒷받침한 뒤 그 성과를 확산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해졌다. 조직에 속하지 않은 개인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방식도 나타났다. 1인 미디어를 포함한 개인 활동가들이 떠오른다. 기업이면서도 이윤 대신 사회문제 해결에 목적을 두는 소셜벤처들도 늘어난다. 기존 시민사회단체들도 활동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런 환경을 혁신이 용솟음치는 생태계로 진화하게 하려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요한 우선 과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임팩트 금융을 키우는 일이다. 영국 정부가 만든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영리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가진 조직들에 투자한다. 미국 연방정부가 설치한 사회혁신기금은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는 기관들을 지원해서 효과를 키운다. 이렇게 사회적 경제 및 비영리 부문에 투자하는 사회혁신 투자기금이 필요하다. 또 혁신적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이들에게 한시적이라도 소액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혁신장학금도 필요하다. 오바마는 ‘미국봉사법’에 서명해 연간 25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지원하도록 했다. 자원봉사 지원으로 공동체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참여자들의 취업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아쇼카와 티치포아메리카 등 혁신적 비영리단체들은 이미 빈곤 및 낙후지역 교육 등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진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사회성과연계채권도 필요하다. 정부 사업은 문제해결 성과를 따지기보다 과정만 따지기 쉽다. 그러다 보니 관료주의와 보신주의가 판친다. 이를 혁신하기 위해 정부 사업을 장기적 문제해결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고 이에 맞춰 예산을 지출하는 제도가 사회성과연계채권이다.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진행 중인 이 방식도 미국 사회혁신기금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이밖에 사회혁신 활동에 대해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일도 가능하다. 공공기관 소유 유휴공간을 혁신활동에 내주는 공유행정도 추진할 만한 일이다. 혁신이 수도권에만 갇히지 않도록,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에서 사회혁신이 펼쳐지는 ‘혁신도시 시즌 2’가 구현되는 일도 필요하다. 이들은 모두 여시재와 사회혁신 연구자들이 최근 몇달 동안 전국의 혁신가로부터 듣고 도출한 과제다. 혁신가들은 그들을 가로막는 장벽들에 대해 인터뷰와 워크숍에서 열정적으로 털어놓았다. 현재 청와대 직제로만 보면, 사회혁신과 사회적 경제는 각각 시민사회 소통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여기에 그친다면 10년 전에 머물고 만다. 이 장벽을 넘어서서, 시장과 비영리 부문을 가로지르고 첨단기술까지 포용하며 사회혁신 정책을 만들어내는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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