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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청와대 비서실장론 / 김남국

등록 2017-05-14 18:34수정 2017-05-14 19:03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통령은 오랜 정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 선출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하는 일과 가장 유사한 업무를 다루면서 국정 전반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자리는 국무총리,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여당 대표, 야당 대표 등 다섯 개의 직이다. 이 자리는 경제·사회 문제는 기본이고 외교·안보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선출직 자리와는 구분된다. 물론 이 자리를 거쳤다고 해서 모두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자리에서 국정 경험을 쌓은 후에 대통령이 된다면 훨씬 안정적인 정책결정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린 신속한 결정들을 보면 바람직한 사전 경력에 대통령 비서실장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실세형은 비서실장이 권력의 2인자로서 위상을 갖고 대통령의 통치방향을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관철하려는 권위주의적 유형으로 이후락, 노재봉, 김기춘 등이 이에 해당했다. 둘째, 조정형은 비서실 내부에 대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의회 및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원만히 조정해 나가는 유형으로 박관용, 문희상, 임태희 등이 이에 속했다고 평가된다. 셋째, 실무형은 비서실장의 역할을 대통령의 일정 관리 등 비서 기능과 비서실 내부의 행정관리 등으로 국한하는 소극적 유형으로 김계원, 이범석, 강경식 등이 이에 해당했다.

비서실장의 유형은 다시 대통령의 업무스타일 및 비서실 운영 방식과 연계되어 있다. 대통령의 업무스타일은 자신이 모든 국정현안을 직접 챙기는 권한집중형과 국정현안의 우선순위 및 중요도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처리를 비서실장에게 맡기는 권한위임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서실 운영 방식은 조직의 서열을 중시해 질서를 유지하는 노태우, 김대중 정부의 위계형이나, 김영삼 정부처럼 대통령이 비서실 내 여러 개의 채널을 두고 직접 의견을 듣는 경쟁형, 노무현 정부처럼 비서실장, 정책실장, 안보실장으로 책임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협력형으로 나뉜다.

위계형의 비서실에서는 경직된 운영으로 위기대응의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고, 경쟁형에서는 비서실장을 무력화시키는 실세 수석이 등장한다. 반면 협력형의 비서실에서는 체계적인 논의와 신속한 의사결정의 어려움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협력형의 체계성 부족이라는 단점을 이지원 시스템을 통해 정책결정의 계선에 있는 모든 사람이 비서관의 보고 사항과 대통령의 결정 사항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권한집중형 대통령 아래서 비서실장은 실무형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권한위임형 대통령 아래서는 실세형이나 조정형 비서실장이 등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한위임형 대통령 아래서 조정형 비서실장을 지냈고 협력형 비서실 운영 방식을 경험했다. 이런 청와대 경험을 면밀하게 복기한 결과들이 현재 진행되는 발빠른 조처들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경험했던 과거의 청와대 체계는 안정적인 평화 시기에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운영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초기의 청와대 운영에서 되짚어봐야 할 두 가지 점은 첫째, 권력의 분산이라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개혁 추진을 위해 필요한 강력한 권력기반 유지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둘째,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권위주의 해소 역시 대통령 개인의 성품에 근거한 채로 제도적 정착에 이르지 못하면 정권이 바뀐 후 다시 쉽게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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