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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아버지의 철인삼종경기

등록 2017-05-04 18:32수정 2017-05-04 21:1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남매를 둔 부부에게 셋째 아이가 생겼다. 이윽고 태어난 딸은 뭔지 건강에 이상이 있는 듯싶었는데, 검진 결과 뇌성마비라는 판정을 받았다. 튼튼한 자식을 바라는 여느 부모들처럼 이들도 충격을 받고 실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셋째 딸이 여덟 살이 될 때까지도 혹시나 건강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적을 바라다가 또다시 좌절에 빠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었다. 하루에 두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고 철인삼종경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릭 밴 비크는 딸 매디에게 바람을 쏘여주었다. 매디가 여덟 살 때부터 열세 살 때까지 5년 사이에 70여차례 삼종경기는 물론 마라톤이나 그밖의 야외 운동경기에 참가했다. 헤엄을 치면서는 매디를 태운 카약을 끌었고, 자전거를 타거나 마라톤을 하면서는 카트에 태워 밀거나 끌었다. 걷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하는 딸을 카약에서 카트로 옮길 때가 가장 어려웠단다. 들고 옮겨야 하는데 척추가 연약해 각별히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35킬로그램 남짓의 몸무게에 정신연령은 세 살에 머물러 있는 딸과 함께 그 어려운 일에 나선 이유는 단지 그 딸 매디가 바깥바람을 맞을 때마다 행복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말한다. “딸이 건강한 아이였으면 하고 바라기만 했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책임감이 있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런 정신적 건강에 더해 비크는 육체적 건강까지 덤으로 얻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딸은 나의 심장이고 나는 딸의 다리”라고 말하는 비크는 딸에 대한 사랑을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시켜 자선기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뇌성마비는 아직도 치료책을 찾지 못해 가족, 간호사와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환자의 자활을 도울 수밖에 없는 병이다. 의학이 발전해 이 부녀의 또 다른 상봉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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