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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유엔에 봉직했어도

등록 2017-01-26 17:48수정 2017-01-26 20:19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이 칼럼을 통해 국내외에서 중요한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한 스웨덴인 군나르 뮈르달을 소개했었다. 스톡홀름 대학교의 교수로 중요한 저서를 집필해 세계의 정치적·인종적 갈등을 감소시키며 빈곤을 퇴치하는 데 기여했고, 스웨덴의 국부인 타게 엘란데르 밑에서 무역부 장관을 맡았으며, 유엔 유럽 경제 상임위원회의 간사로서 경제 정책 개발 센터를 개설했다. 국제 관계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에 반대했다. 그런 공로로 그는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의 아내 알바는 스웨덴 정부가 핵을 포기하는 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198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 부부에게는 얀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이 아들은 몸이 뚱뚱했지만 상상력은 남달리 뛰어났고 폭넓은 독서를 통해 깊은 감수성을 키우고 있었는데, 사회민주주의자였던 부모보다 더 급진적인 길을 가며 열셋의 나이에 부모와 결별했다. 그들이 갈라선 것은 정치적 노선 때문이 아니었다. 기자와 같은 외부 사람들의 눈길만을 의식하며 가식적으로 자녀를 대하던 부모에 대한 환멸이 그가 홀로 서도록 만든 것이다.

그는 작가로 성공을 거두었다. 얼마 전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는 소설 형식으로 쓰였지만, 실명을 사용하며 성장 시절의 경험을 토로하고 있다. 아들은 부모의 공적인 업적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따라가기만을 바라면서 외형적으로는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던 부모와 아들의 어긋남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 해도 가식은 부자의 연을 끊을 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가장 무능한 유엔 사무총장이었다는 평을 받는 사람이 있다. 그런 그가 유엔의 관례를 무시하고 국내 정치에 참여하려 한다. 국제적인 저자세로 빈축을 산 그가 말을 바꿔가며 변신을 꾀한다. 그러나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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