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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현자 나탄

등록 2017-01-12 18:22수정 2017-01-12 21:23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거친 이분법으로 말한다면 이성에 기반을 둔 계몽주의는 프랑스가, 감성의 계발을 목표로 한 낭만주의는 독일이 발전시킨 사조다. 그렇지만 수가 적었어도 프랑스에 낭만주의자가, 독일에 계몽주의자가 없지는 않았다. 괴테가 디드로와 루소는 자신 독일인들과 동류라고 말했듯 프랑스에도 감성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이 있었고, 칸트처럼 이성을 비판 철학으로 확립시킨 독일인도 있었다.

그 많지 않던 독일의 계몽주의자 중에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이 있다. 시인으로, 철학자로, 극작가로, 예술 비평가로 활발하게 집필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재치가 충만한 그의 글은 이론적이고 비판적이며 논쟁적이다. 하나의 사물을 보더라도 여러 각도에서 보면서 상대방의 논지에서도 진리의 요인을 찾으려 한다. 그는 기독교인도 사상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해석에 반대했다. “기적에 대한 증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기적이 계속하여 기독교의 초석이 될 수 있겠는가?”

기독교에 대한 그러한 합리적 비판에 근거하여 그는 종교적 관용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현자 나탄>은 종교마다 다른 종교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희곡이다. 3차 십자군 전쟁 당시의 예루살렘이 배경인 이 연극에서는 유대인 나탄과 이슬람교의 살라딘과 크리스트교 기사가 점차 그들 사이의 간격을 좁혀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참된 종교가 어떤 것인지 묻는 살라딘에게 나탄이 우화로 답한다. 똑같이 사랑하는 세 아들에게 마법의 반지를 물려줘야 하는 사람이 반지 두 개를 복제했다. 진짜 반지를 가지려 다투는 아들들에게 현명한 재판관이 훈계한다. 신의 길에 합당하게 살아야 반지가 마법을 발휘할 텐데 무슨 상관인가? 각기 자신의 종교에 맞게 참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레싱 생전에 교회의 반대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 희곡은 오늘날 우리의 일부 교회에서도 금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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