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누구나 알듯 에베레스트 산이 세상에서 가장 높다. 웨일스 측량사의 이름을 따 그렇게 명명되었음도 웬만하면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측량사는 스스로를 조지 이브리스트라 불렀으니, 이브리스트 산이라 바꿔야 할까? 어쨌든 그가 그 산을 처음 발견해 그렇게 불릴 것이라는 당연한 추론이 떠오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1865년 왕립지리학회에서 그를 기려 산에 이름을 붙이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브리스트는 반대했다. 여기에는 가슴 훈훈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브리스트는 인도 대륙을 측량하기 시작한 윌리엄 램튼 대령의 부관으로 파견되었다가 램튼이 사망한 뒤 임무를 물려받았고, 1830년에는 인도 측량관이 되었다. 남인도에서 네팔에 이르기까지 대략 2400㎞에 달하는 지역에 대한 삼각측량을 램튼이 시작했고 이브리스트가 완성했다. 거의 40년이 소요된 과업이었다. 이브리스트는 은퇴한 뒤 귀국하여 왕립학회 회원이 되었고, 왕립지리학회의 부회장이 되었다. 후임 인도 측량관으로 앤드루 스콧 워가 임명되었다. 그는 아직 측량되지 않은 히말라야 고산 지역에서 이브리스트의 임무를 이어받았다. 전인미답의 고지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와 몇 달에 걸쳐 악전고투하며 그는 “봉우리 15”를 측량할 수 있었고, 동행했던 네팔의 수학자 라다나트 시크다르가 그것이 주변에서 가장 높으며 아마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일 것이라고 확인해주었다. 워는 실수가 있을지 몰라 4년이나 확인한 뒤 결과를 발표했고, 거기에 전임자의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했다. 이브리스트는 반대했다. 자신이 그 산을 측량하지도 않았고, 지역 사람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스스로의 관례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에는 ‘초몰룽마’라는 티베트 명칭도 알지 못했기에, 결국 몇 년 뒤 워의 제안이 산의 명칭으로 확정되었다. 워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두 다리를 올린 유일한 인물이 되었다. 한 다리는 산에, 또 하나는 이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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