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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신년의 유래

등록 2016-12-29 18:31수정 2016-12-29 20:50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새해는 언제 시작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양력 1월1일을 첫날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음력 정초를 설로 인정해야 할지 하는 해묵은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히라는 요구처럼 들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서양에서는 당연히 양력 1월1일을 새해 첫날로 받아들이리라는 추정이 그 질문에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양에서 설날의 역사는 신정, 구정의 구분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톨릭교회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의 중요한 축일을 한 해의 출발로 잡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그 축일이 지역마다 달라 어느 곳에서는 성탄절이, 다른 곳에서는 가브리엘 대천사가 동정녀 성모 마리아에게 아기 예수의 잉태를 고지했다고 하는 3월25일이, 또 다른 곳에서는 부활절이 첫날이었다. 중세라 해도 가톨릭이 아니라 정교를 믿던 동로마 지역에서는 10세기 말부터 9월1일에 한 해가 시작되었다.

1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있는데 이를테면 어떻게 3월25일이 새해 첫날이 될 수 있다는 말일까? 로마에서 비롯되어 유럽에서는 달마다 숫자가 아닌 이름이 붙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지로 영국에서는 12세기부터 1752년까지 3월25일 수태고지의 날을 새해 첫날로 인정했다. 그 결과 영국 의회의 기록에는 찰스 1세를 처형한 것이 1648년 1월(재뉴어리)30일로 되어 있다. 오늘날의 역사책에 1649년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리투아니아, 베네치아 공화국, 신성로마제국처럼 이전부터 1월1일을 설날로 인정한 나라들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율리우스력의 단점을 보완하여 그레고리력을 제정한 1582년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점차 1월1일을 새해 첫날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새해 첫날은 희망을 품어보는 날이다. 사회의 여러 영역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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