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제정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3세와 그의 아들 니콜라이 2세는 유대인에 대한 가혹한 추방을 단행했다. 그 결과 19세기 말부터 러시아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그 승객 중에 모제스 베일린 부부와 여덟명의 자식들이 있었다. 당시 다섯살의 아들은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길가에서 담요에 누워 타오르는 집이 무너지는 것을 봤던 것밖에는 러시아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 아이가 어빙 벌린으로 이름을 바꿔 미국의 대중음악에 크게 기여한 작곡가가 되었다. 그는 “평균적 미국인들의 가슴에 도달하기 위해” 곡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들이야말로 미국의 영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의 노래는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1988년 그의 100세 기념 헌정 공연에서 월터 크롱카이트는 “그는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다”고 말했을 정도였는데, 그의 노래에는 이민자를 받아주고 성공의 가도를 달리게 한 나라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되었을 것이다.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는 1938년에 초연된 이후 여전히 미국인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유명 가수치고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특히 2001년 9·11테러 이후에는 셀린 디옹이 또다시 녹음하여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나름 뛰어난 작곡가인 제롬 컨은 “어빙 벌린은 미국의 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없다. 바로 그가 미국 음악 자체이기 때문이다”라고까지 극찬했다. 그런데 그의 애국적인 수많은 노래들보다 세계적으로 더 잘 알려진 노래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빙 크로스비가 부른 이 곡은 10억장 이상의 싱글 디스크가 팔려 불멸의 신기록으로 남아 있다. “꿈속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세상은 누추하더라도 잠시나마 흰 눈이 가려준 고요함과 거룩함을 느끼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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