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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우스개 대통령

등록 2016-12-08 17:58수정 2016-12-08 20:5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이디 아민은 식민지 시절 우간다에서 영국군으로 복무하다가 우간다가 독립한 뒤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치세 기간은 인권유린, 정치 탄압, 인종 말살, 금권정치, 부정부패로 점철되어 있다. 그에게 희생양이 된 사람의 숫자는 보고서마다 편차가 커, 적게는 10만에서 많게는 50만에 이른다. 차이가 크다는 것은 그의 통치가 비밀과 테러로 얼룩져 있음을 말해주는 방증이다. 집권 초기 친서방 정책을 펼치던 그는 방향을 바꿔 소련과 동독은 물론 리비아와 동맹을 맺으며 서방 세계와 각을 세웠다.

그런데 아민이 가장 크게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그의 정책도 인권 탄압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간순간의 변덕이 병적으로 심해 조금도 예측할 수 없는 그의 기질에서 비롯된 기행이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었다. 1977년 마침내 영국이 우간다와 외교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자 그는 공식적으로 “왕관을 쓰지 않은 스코틀랜드의 왕”이라고 선언하는 것에 더해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장황한 칭호를 붙였다. “종신 대통령 각하, 야전사령관 이디 아민 박사, 승리의 십자가, 탁월한 공적의 기사, 군대의 십자가, 뭍의 모든 짐승과 바다의 모든 물고기의 주인이자 아프리카의 대영제국, 그중에서도 특히 우간다의 대영제국의 정복자.” 또한 그는 아내 중 한 명의 신체를 절단하여 그것을 먹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그는 기행을 일삼는 희극적인 인물로 조롱되기 일쑤였다.

이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하늘 아래 불가능한 것은 없음을 깨닫는다. 이 땅에서 그 실례를 보게 될 줄이야. 그렇지만 아민에게 박해를 당해 유배를 당한 우간다의 망명객들이 토해내는 우려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런 기행에만 관심을 두는 동안 그의 실제 온갖 악행은 가려지고 있으며, 실로 아민은 그런 효과를 노리고 기행을 연출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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