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탄핵 앞둔 새누리당 의원들께

등록 2016-12-07 18:13수정 2016-12-07 20:51

새누리당 개혁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1차 시금석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다. 압도적 표차로 가결되면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누리당 혁신 작업이 탄력을 받겠지만 부결되거나 근소한 표차로 가결되면 당내 수구기득권 세력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거세게 저항할 것이다.
정석구
편집인

내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고, 부결되면 더 불행한 방식으로 끌려 내려올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끝까지 버티겠다고 했지만 촛불 민심이 그리되도록 놔둘 리 없다. 300여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1시간이 넘도록 올림머리나 가다듬고 있었다는, 인간이기조차 포기한 사람을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에 대해 언급할 일도 앞으로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쪽은 이른바 보수정당이라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편이지만 그동안 새누리당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바라왔다.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진보개혁정당뿐 아니라 보수정당도 제 역할을 하면서 생산적인 경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진정한 의미의 보수정당이라기보다는 일제 부역자와 군사독재의 후예들, 그리고 재벌과 이익을 공유하는 세력이 주류를 이룬 수구기득권 정당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극우적인 색깔과 영남 위주의 지역주의까지 더해지면서 새누리당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남북관계를 파탄내며 국민 경제를 거덜내는 데 일조하는 패거리 정당이 돼 버렸다.

군사독재의 원조인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서 새누리당은 더욱 망가졌다. 지난 4·13 총선을 통해 이른바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합류함으로써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 대통령을 옹위하는 ‘박근혜 사당’으로 전락했다. 최근 박근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그 뻔뻔함에 오히려 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다. 그런데도 입에 거품을 물고 박근혜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친박계의 수명도 박근혜의 몰락과 함께 다해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이처럼 바닥까지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보수정당이라는 가면에 감춰져 있던 새누리당의 추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고, 새누리당을 박근혜 사당으로 이끈 이들의 면면도 하나하나 확인되고 있다. 핵심은 이른바 ‘친박 9인회’로 불리는 서청원, 이정현,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이다. 새누리당을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개혁하려 할 경우 청산해야 할 적폐와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새누리당을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봤지만 아쉽게도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에도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이 탈당을 하며 새누리당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 등은 당내에 남아 당 개혁을 추진 중이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이들이 힘을 모아 새누리당을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이 분열되거나 아예 해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한 진통 없이는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없다.

청와대와 친박 지도부의 끊임없는 방해와 유혹이 있을 것이다. 당이 분열되면 눈앞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야당에 헌납하게 된다고 어르고, 당 지도부는 비박들을 향해 나가려면 당신들이 나가라고 윽박지를지 모른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권력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그 와중에 친박이건 비박이건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다음 정권도 잡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보수 개혁을 적당히 얼버무릴 생각은 말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상상을 초월하는 국정 농단을 하는 동안 모른 척 눈감은 채 자신들의 잇속을 챙겨온 사실상 공범이다. 국민은 박근혜 국정 농단을 보면서 새누리당도 완전히 포기했다.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 과거처럼 적당히 분칠이나 하면서 국민을 속이려 들 경우, 이번 대선뿐 아니라 앞으로 상당 기간 정권 잡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 개혁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1차 시금석은 박 대통령 탄핵이다. 압도적 표차로 가결되면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누리당 혁신 작업이 탄력을 받겠지만 부결되거나 근소한 표차로 가결되면 당내 수구기득권 세력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거세게 저항할 것이다. 선택은 새누리당 의원들에 달려 있다.

twin86@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명태균 게이 1.

[사설] ‘명태균 게이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레카] 2.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레카]

북-러 결탁 전, 러시아는 윤석열에게 경고했었다 [논썰] 3.

북-러 결탁 전, 러시아는 윤석열에게 경고했었다 [논썰]

대통령 거짓말에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 [권태호 칼럼] 4.

대통령 거짓말에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 [권태호 칼럼]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묻고 싶은 건 국민이다 5.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묻고 싶은 건 국민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