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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별이 지다

등록 2016-12-01 18:09수정 2016-12-01 20:4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한 대학생이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불공정에 반대하며 자유와 개혁을 요구하는 정당에 가입했다. 그가 지지하던, 정직한 정부를 세우려던 당이 패배했지만 그는 자신의 대의명분을 지켜나갔다. 선출된 대통령이 갱단 두목들을 경찰 수뇌로 임명하자 학생들의 저항이 커졌고, 그를 저항의 진앙으로 인식했던 정부에선 그가 대학을 자퇴하지 않는다면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거부하면서 총을 소지하고 다녔고, 무장한 친구들이 그를 지켜줬다. 피델 카스트로는 이렇게 정치 세계에 들어섰다.

마침내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내고 권좌에 오른 그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쿠바 민족주의를 적절하게 결합해 산업을 국유화하고 쿠바를 공산당 일당의 국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칠레, 니카라과, 그레나다 등의 반제국주의 혁명을 지원했다. 소련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터키에 장착한 것에 대한 반발로 쿠바에 소련의 핵무기를 허용한 그가 미국엔 목엣가시였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에서 훈련받은 반혁명분자들을 앞세워 쿠바를 군사적으로 침공했고, 경제 봉쇄를 통해 압박을 가했다. 그는 그것을 견뎠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암살의 시도가 있었다. 카스트로 스스로 “나의 최고 업적은 수많은 암살 시도에도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국가 간의 이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치의 세계에서 그에 대한 평가도 날카롭게 대비된다. 대체적으로 개발도상국가에서 카스트로는 사회주의,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의 기수로서 미국으로부터 쿠바의 자주독립을 수호한 영웅으로 그려진다. 그는 쿠바를 넘어 혁명운동에 영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방에서는 인권유린을 자행했던 행정부를 지휘한 독재자라고 비판한다.

어찌 되었든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로서, 말과 행동으로 세계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그가 며칠 전 타계했다. 반세기를 풍미한 20세기의 또 하나의 별이 떨어짐에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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