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네오콘은 이념, 트럼프주의자는 이익에서 출발하나, 그 발현 양태는 반이슬람·군사력 증강·일방주의이다. 트럼프주의자는 거꾸로 선 네오콘일 뿐이다. 클린턴보다는 ‘종잡을 수 없는 망나니’ 트럼프가 한국에는 기회라는 말은 하지 말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 진용 인선을 보면, 그 발현 양태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 노선과 비슷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장이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하원의원이 중앙정보국장,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법무장관에 지명됐다. 반이슬람, 적극적 군사력 대처, 강경한 법 집행을 공통분모로 하는 초강경 보수파들이자 트럼프의 충성파들이다. ‘미국판 일베’인 ‘대안우익’의 대표자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 최요직 수석전략가 및 수석고문에 기용됐다. 국방장관 1순위인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도 중동에서 미국 군사력의 적극적 대처를 주장한다. 네오콘들은 기독교적 선악관에 입각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을 미국의 사명으로 보는 우파 이상주의 세력이다. 트럼프주의자들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사명이 아니라, 미국의 국수주의적 이익을 강조하는 극우 현실주의 세력이다. 양쪽 모두 미국 우월주의와 예외주의가 초석이다. 트럼프주의자들은 여기에 더해 백인 민족주의가 짙게 배어 있다. 네오콘은 국제문제에서 군사력을 불사하는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표방하며, 동맹국과의 협조보다는 일방주의로 일관했다. 트럼프주의자들은 기존 동맹국과의 협조보다는 방위비 부담을 전가하려는 또 다른 일방주의를 드러낸다. 국제문제에서 미국의 개입과 역할 축소를 말하나, 군사력은 강력히 유지하고 적극적 대처를 주장한다. 네오콘은 중동에서 반미 국가와 이슬람주의 세력을 소탕해, 친미 민주주의 질서를 전파하는 중동민주화론을 내걸었다. 이는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졌고, 현재 이슬람국가(IS)를 탄생시킨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외정책이 됐다. 트럼프주의자 역시 중동에서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본다. 우선과제로 이슬람국가 격퇴를 내세운다. 트럼프주의자들에게 현재 세력이 위축되는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은 자신들의 첫 대외정책 성과물이 될 수 있고, 경제적 이익을 충족할 유혹적인 대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확실시되는 중동분쟁 개입이 확대되면,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네오콘들은 이라크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는 반이슬람 색채를 희석하려고 북한을 거기에 끼워 넣었다. 네오콘들은 북-미 정상회담 일보 직전까지 간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을 폐기하고,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진도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북한을 연대세력으로 보는 대북한 초강경파이다. 플린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저서 <전쟁터>에서 북한을 이슬람 극단세력과 연결했고, 라디오 ‘마크 레빈 쇼’에서 이슬람 테러조직의 세속적 동맹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북한의 “현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 내정자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라디오 방송 ‘라스 라슨 쇼’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무용론을 펴며 경제·군사력을 모두 동원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에 내정된 캐슬린 맥팔런드도 “북한과 무역하는 나라들의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주장한다.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는 온건 보수이나 대북정책은 강경하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유약하게 대처한다며 강경한 대처를 주장했다. 국무장관 후보 중 가장 온건한 롬니가 기용되어도 대북정책에서는 트럼프 충성파들과 별 차이가 없다. 부시 행정부에서 온건파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라크 전쟁 개전에서 네오콘들의 들러리를 선 것과 유사할 것이다. 네오콘은 이념, 트럼프주의자는 이익에서 출발하지만 그 발현 양태는 인종주의, 반이슬람, 군사력 증강, 일방주의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공화당 주류들의 기반인 석유·군수·건설·플랜트 등 전통 굴뚝산업 엘리트들의 이익을 구현하는 데 공통이다. 트럼프주의자는 거꾸로 선 네오콘일 뿐이다. 미국 국익에 충실한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종잡을 수 없는 망나니’ 트럼프가 한국에는 기회라는 말은 하지 말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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