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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다섯번 낙선했어도…

등록 2016-11-10 18:36수정 2016-11-10 20:46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유진 데브스는 민주당 인디애나 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특히 열차 노동자의 생활환경에 관심을 가져 미국철도노조의 확립에 기여했다. 1894년 그는 풀먼 철도회사의 파업에 개입했다. 회사에서 전해의 경제적 공황을 빌미로 임금을 대폭 삭감하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며 연대를 호소했다. 처음에 데브스는 파업이 연방정부를 적으로 돌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파업을 강행했다. 파업의 규모가 커지고 다른 직종으로 확대되면서 데브스도 따랐다. 결국 연방정부에서는 군대를 동원해 파업을 진압했다.

데브스는 파업의 주동자로 체포되어 감옥에서 6개월을 보냈다. 감옥에서 그는 사회주의 이론에 관한 다양한 서적을 탐독하여 출소할 때에는 사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국제 사회주의 운동을 열렬하게 지지하면서 1898년에는 미국사회민주당을, 1901년에는 미국사회당을 창당했다. 그는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로 다섯차례 출마하여 다섯차례 떨어졌다. 1920년의 마지막 입후보는 감옥 속에서 출마한 것이었다. 사회주의 전통이 척박한 미국 땅에서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떳떳한 자신의 소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데브스는 뛰어난 연설가였다. 그의 옥중출마도 연설 때문이었다. 미국의 1차대전 참전에 반대하는 연설을 남긴 그가 ‘반역법’이라는 애국주의적 시각이 반영된 조항을 위반한 죄로 10년 형을 선고받았던 것이다. 그는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나의 친족입니다. 하층계급이 존재한다면 내가 바로 그 계급에 포함될 것이요, 범죄분자가 존재한다면 내가 바로 그 분자일 것이며, 감옥 안에 단 하나의 영혼이라도 갇혀 있다면 나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섯번을 낙선한 그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추문 폭로로 점철된 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전투구와는 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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