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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실망해도 눈은 떠야

등록 2016-11-03 18:23수정 2016-11-03 19:07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홍콩에서 복무하던 영국 군인 하나가 노래하는 재능이 뛰어나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 주로 홍콩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어가던 그가 영국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인기는 잠깐이었을 뿐 곧 잊혀져가던 그가 우연히 배우 피터 셀러스에게 발탁되어 유수의 레코드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되었다. 머지않아 세계적인 스타가 될 그가 맷 먼로였는데, 1960~70년대에 그의 인기는 가히 5대양 6대주에 걸쳤다. 그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미대륙, 오스트레일리아의 콘서트홀, 카바레, 나이트클럽을 누빈 것이다.

중후하지만 편히 들을 수 있는 그의 바리톤 음색은 영화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었다. 우리에겐 ‘007 위기일발’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제임스 본드 영화 <연인과 함께 러시아를 탈출하며>의 주제곡은 그의 목소리로 방송을 탔고, 어미 잃은 새끼 사자를 키워 야생의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영화 <야생의 엘자>의 주제곡 ‘자유롭게 태어나’도 그가 불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미 인기의 정점에 있었던 그가 196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출전했다. 그의 대상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해의 대상은 16살의 이탈리아 출신 신인 질리올라 칭퀘티에게 돌아갔다. 아직도 올드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청초한 모습으로 “난 사랑하기에 충분히 나이가 많다”고 어머니에게 항변하는 노래 ‘논 오 레타’가 심사위원들과 청중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2위로 밀린 먼로가 낙담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실망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오스트리아 대표로 출전하여 6위에 그친 우도 위르겐스의 노래를 눈여겨봤다. 아니, 귀에 담아 마음에 새겼다. 먼로의 매니저가 영어로 개사하여 먼로가 부른 그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워크 어웨이’(Walk away), “당신의 한마디만 들어도 보내지 못할 것 같으니 말없이 떠나가시오”라는 그 노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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