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업적과 배신

등록 2016-10-20 17:59수정 2016-10-20 19:1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그리스계 미국 영화감독 엘리아 카잔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힌다. 배우의 잠재적 연기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작품에 출연했던 21명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아홉 명이 수상했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통해서는 말런 브랜도와 비비언 리가 출세 가도를 달리게 되었고, <에덴의 동쪽>으로는 제임스 딘이 영화 관객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니 배우의 능력을 알아보는 데도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음이 확실하다.

본인 자신도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을 두 번 받았다. 그에게는 확실한 영화 철학이 있다.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 것이며, 그 전체적인 주제에 스스로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 내의 반유대주의 정서를 직시한 <신사협정>이 만들어졌고, 할리우드에서 거의 최초로 흑인에 대한 편견을 다룬 <핑키>가 후속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냉전 시절의 매카시 광풍은 카잔을 비켜가지 않았다. 미국 하원의 청문회에 불려 나간 그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예전 동료였던 영화인 여덟 명의 이름을 불었다. 이로써 그는 극작가 아서 밀러라는 친구를 잃었다. 뉴욕 항 부두 노조의 부패를 고발한 영화 <워터프론트>는 고발을 한 자신을 옹호하기 위한 영화였다는 평까지 받는데, 주인공 말런 브랜도도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1999년에 그에게 아카데미 특별상이 수여되었다. 식장 밖에서 250명 정도가 시상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무대에 올랐을 때 배우들이 둘로 갈렸다-일어서서 박수를 친 사람들과 박수 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로. 닉 놀테, 에드 해리스 등이 일어나지 않았던 반면 워런 비티, 메릴 스트립 등이 박수를 보냈다. 박수를 보냈던 한 사람은 이렇게 회고했다. “같은 이유로 일어났겠죠. 20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가 들였던 창의력과 정력과 고독한 밤들 때문이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군·경호처도 검사처럼 무한 복종할 줄 알았나 1.

윤석열, 군·경호처도 검사처럼 무한 복종할 줄 알았나

‘내란 청문회’ 증언, 모두 윤석열을 가리킨다 [1월23일 뉴스뷰리핑] 2.

‘내란 청문회’ 증언, 모두 윤석열을 가리킨다 [1월23일 뉴스뷰리핑]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3.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법집행 전면 부정한 ‘폭동’ 배후도 철저히 수사해야 [왜냐면] 4.

법집행 전면 부정한 ‘폭동’ 배후도 철저히 수사해야 [왜냐면]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5.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