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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북핵, 압박만이 능사가 아니다

등록 2016-09-19 10:40수정 2016-09-19 10:50

정석구

이제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다시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북한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철저히 실패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에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의 상황이 돼 버렸다.

이제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까.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미국이 취해왔던 대북정책의 흐름을 보면 그리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북핵 문제의 본질은 도외시한 채 강경 일변도의 대북 압박 정책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가 대두할 때마다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익숙한 레퍼토리로는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어떤 정책이 실패했으면 왜 그랬는지를 돌아보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아둔하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선 북한이 죽기 살기로 핵무기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맞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핵무기 개발 의도를 정확히 모르거나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체하며 이를 무시해서는 문제 해결은커녕 사태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잘 알려진 대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체제 보장을 위해서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와 일본,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방어적인 차원에서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리라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미국의 핵 능력에 비춰볼 때 그것은 곧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과 미·일·중·러 등 6개국이 2005년 9월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타개책이 담겨 있다. 핵심은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하지 않는다’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것은 미국의 공격이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한반도 주변 당사국들이 모두 인정한 셈이다. 북핵 문제의 이런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9·19 공동성명’이 지켜지지 않은 데는 서로 간의 불신이 깔렸었기 때문이다. 9·19 합의 뒤에도 미국의 부시 정권은 다양한 제재 조처를 취했다. 그러자 미국의 의도를 의심한 북한도 핵 개발을 계속해 1년 뒤인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 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압박 정책은 더욱 강화됐고, 북한도 핵 개발을 계속해 결국 5차 핵실험까지 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한 데는 자신들의 체제 보장을 위한다며 핵 개발을 계속한 북한이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9·19 공동성명의 합의 정신을 지키지 않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북핵 문제는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고, 상대의 행동에 따라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합의 파기를 어느 일방의 책임만으로는 돌릴 수는 없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핵 사태가 악화한 책임을 북한에만 떠넘기면서 더욱 강경하게 압박해 나갈 것인가. 그래서 북한이 굴복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올까. 아니면 전쟁을 불사하고서라도 우리가 선제적으로 북핵을 정밀타격해 무력화시켜야 할까. 우리도 북한처럼 핵무장을 해야 할까.

현실성이 전혀 없는 망상일 뿐이다. 좀 더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런 방안들은 지금까지 지겹도록 되풀이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만 키워줬다. 이제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다시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북한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북한의 핵 개발이 너무 멀리 와 버린 것도 사실이다. 이제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핵 동결을 논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든 대화와 협상을 통하지 않고는 타협점에 이를 수 없다. 20년 넘는 실패한 대북정책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실패했던 과거 정책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지금 우리 정부에는 멍청이들만 넘쳐나는 것 같다.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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