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는 고 성완종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노상강도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가 나중에 “법원을 노상강도에 비유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해명은 거짓이다.
홍 지사가 5~6차례 언급한 ‘노상강도’는 문맥상 재판부를 가리킨 것임이 분명하다. “절대 납득하지 못하는 그런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서 유죄선고 하는 것을 제가 받은 기분은 마치 노상강도 당하는 그런 기분입니다.” 그 이유도 나온다. “2010년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 판결을 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내가 노상강도 당한 기분이라는 거지.”
2010년 판결은 ‘돈 준 사람의 진술에서 공소사실에 맞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믿고 유죄로 본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사건에서 돈 준 이의 진술은 검찰 사정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돈 준 이의 여러 생전 발언이 다 일치하고 중간 전달자의 진술이 검찰에서 법정까지 일관된 이번과는 다르다.
그는 판결이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려 했을 것이다. 검사 시절 공소장에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의 날개’까지 인용했던 홍 지사라면 그리스 신화의 ‘노상강도’ 다마스테스, 일명 프로크루스테스(두드려서 펴는 자)를 떠올렸음 직도 하다. 다마스테스는 크고 작은 침대를 두 개 두고 나그네들을 붙잡아, 작은 사람은 큰 침대에 눕혀 망치로 두드려 늘리고, 큰 사람은 작은 침대에서 남는 부분을 잘라냈다.(<아폴로도로스 신화집>)
‘이비코스의 두루미떼’에도 노상강도가 나온다. 시인 이비코스가 두루미떼 아래서 강도들에게 살해당한 뒤, 시민들이 모인 원형극장 위를 날던 새들을 보고 범인이 놀라 “봐, 봐! 이비코스의 두루미떼야!”라고 외치는 바람에 강도살인이 드러났다는 이야기다. 원한을 풀어준 ‘두루미떼’는 진실의 힘쯤일 수 있겠다. 홍 지사에겐 그런 게 있을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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