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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치킨 마스코트

등록 2016-09-01 17:43수정 2016-09-01 20:24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할런드 데이비드 샌더스 대령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의 창업자로, 매장 앞에 있는 인형은 그의 모습을 본뜬 기업 홍보용 마스코트이다. 다섯살에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는 식솔 부양으로 며칠씩 집을 비우기 일쑤였는데, 그는 두 동생을 거두느라 어려서부터 조리법을 알아야 했다. 어머니의 재혼 후 계부와 사이가 좋지 못해 일찍부터 집을 떠난 그는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

소방관, 기차 화부, 변호사, 보험 판매원, 주유소 직원 등등을 전전하는 사이에 그는 고향 인디애나주에서 점차 멀어져 남부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셸 정유회사에서 켄터키주의 작은 마을에 있는 주유소를 그에게 대여해줬다. 거기에서 그는 닭 요리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음식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신문의 식당 소개 기사에서 호평을 받을 정도로 점차 지역에서 입소문을 타고 식당은 번창했고, 이 시기에 그는 ‘대령’의 칭호를 얻었다. 그것은 군대와 무관했다. 켄터키주에서는 지역 사회에 봉사한 인물에게 ‘켄터키 대령’이라는 영광스런 이름을 내렸던 것이다.

닭을 냄비가 아닌 압력솥에 튀기는 것이 그의 비장의 무기였다.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의 프라이드치킨 사업은 번창했고, 그는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읽어 1952년 유타주에 첫 번째 가맹점을 열었다. 그 첫해에 수입이 세 배로 늘었다.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가맹점을 늘리려 진력했지만, 곧 사람들이 찾아와 가맹을 허락해달라고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적으로도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프랜차이즈였다.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영국, 멕시코, 자메이카 등등에 가맹점이 열렸다. 확장 가능성은 무한해 보였으나 그 기세가 자신의 나이를 압도한다고 생각한 샌더스는 회사를 젊은 사업가에게 양도했다. 그는 치킨 가게에 어울리는 마스코트였다.

이곳엔 문어가 마스코트로 적당할 기업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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