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니즘(미국우선주의)을 잘 활용한 사람으로 조지프 매카시가 있다. 그는 1950년대 초반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반공 선풍을 일으켜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이름을 딴 매카시즘은 미국이라는 큰 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마녀사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례이기도 하다. 당시 매카시는 국가 안보와 아메리카니즘의 수호자로 행세했다.
아메리카니즘은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미국인과 미국 사회·체제·문화·역사의 특수성·우월성을 강조하는 이 신조는 이민자들이 주도한 국가 형성 과정, 거대한 힘에 바탕한 패권국 지위 등과 맞물려 생명력을 유지한다. 미국 예외주의는 건국 이전부터 계속된 팽창을 뒷받침하는 이념이기도 하다. 대개 그 팽창의 대상이 미주 대륙 내부이면 고립주의로 불리며 외부를 향하면 제국주의가 된다. 아메리카니즘은 이런 미국 예외주의를 미국정신으로 받아들이고 나라의 이념 자원으로 삼는다.
팽창에는 항상 적이 필요하다. 건국기와 개척기에는 불행하게도 아메리카 원주민이 그 역할을 하며 희생됐고, 매카시즘과 냉전 시기에는 ‘적색분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21세기 들어 미국 예외주의를 내세운 대표적 대통령인 조지 부시와 네오콘들에게는 그 대상이 이슬람 과격파였고 ‘테러와의 전쟁’이 그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쇠퇴가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아메리카니즘을 미국의 새 신조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예외적 국가’라는 점도 강령에 명시했다. 이민자를 비롯한 몇몇 사회적 약자, 미국한테서 이익을 얻는 것으로 지목된 여러 나라 등은 안팎의 적으로 연일 공격 대상이 된다. 민주당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심상찮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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