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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집요한 암살

등록 2016-07-14 18:22수정 2016-07-14 19:2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미국 해병대의 도움을 얻어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가 권좌에 오른 뒤 니카라과의 정권은 거의 반세기 동안 그 가족의 수중에 머물렀다. 그와 그의 두 아들이 대통령직을 이어갔다. 그 사이에 그 가족이 아닌 대통령이 있었지만 명목에 불과했다. 그들이 가문에 충성을 바칠 인물을 옹립한 것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민중은 가축이었다. 누군가 노동자를 교육시켜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자 작은아들이 했다는 대답은 유명하다. “나는 교육받은 자들이 필요없어. 그들은 황소고, 황소로 충분해.”

미국과 군부 세력을 등에 업고 보수층과 결탁하며 그러모은 엄청난 검은돈으로 철옹성을 구축했지만, 그렇다고 저항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다. 아버지 소모사는 리고베르토 로페스 페레스라는 시인의 근접 저격으로 사망했다. 근위대의 총에 맞아 즉사할 것을 알며 행한 거사였다. 큰아들 루이스가 대통령이 된 뒤 약간 정국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심장병으로 사망한 뒤 작은아들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데바일레가 대통령이 되었다.

얼마 전 이곳 교육 관료의 입에서 나왔던 것과 비슷한 말을 했던 이 작은아들이 아버지를 빼닮아 철권정치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도 결국은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해방전선의 저항에 의해 실각하고 소모사 가문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권좌에서 물러난 뒤 파라과이로 망명했다.

그러나 망명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여성 셋이 포함된 7인의 ‘도마뱀 작전’ 팀이 기관총, 수류탄, 바주카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그를 살해하러 나섰다. 그들은 여섯 달에 걸쳐 그의 동선까지 파악하며 면밀하게 세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결국 그는 고급 세단 차 안에서 바주카포를 맞고 즉사했다. 팀원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수천 중남미인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백만장자 플레이보이가 돌아다니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명분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었다.”

한 명만이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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