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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사드 철회 범시민 운동을 제안한다

등록 2016-07-11 17:49수정 2016-07-21 16:45

정석구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균형 외교로 살길을 찾기보다 북한의 위협과 이를 활용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라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뱀의 지혜는커녕 무지와 아집에 사로잡힌 우매한 지도자에게 더 이상 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맡겨선 안 된다.

지난 주말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는 말자. 사드를 배치한다고 북한 미사일을 모두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사드 배치 이후 우리나라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비록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했지만 국회와 시민들이 나서 이를 철회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은 일상적인 정책 결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패트리엇 미사일 몇 기 들여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자칫 한반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사안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극렬히 반대하는 게 그저 시늉으로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큰 결정이다.

그런데도 이번 결정은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안보적 측면에서의 검토 과정이 필요한데도 일방적인 국방부 논리만 무성했다. 전격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선 청와대가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균형 외교로 살길을 찾기보다 북한의 위협과 이를 활용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라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뱀의 지혜는커녕 무지와 아집에 사로잡힌 우매한 지도자에게 더 이상 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맡겨선 안 된다.

우선 국회가 나서야 한다. 추경 몇십조원 편성하면서도 조목조목 따지는 국회가 나라와 국민의 생존이 직결된 이런 사안을 모른 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를 배치하려면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토해볼 만하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합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이로 인한 외교·안보상의 문제와 중국과의 경제적인 마찰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 문제가 있다면 상응한 조처를 해야 한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태도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음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몸 사리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국민은 말로만 안보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안전과 생존이 보장되는 안보를 원한다.

학자나 전문가 등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드의 기술적 한계나 사드 배치로 인한 동북아 정세 변화 등에 대해 일반 국민은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다. 정권의 일방적 홍보만 들을 뿐이다. 이런 때일수록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의 미사일을 모두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정부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국론 분열이니 친북 세력이니 하는 비난이 뒤따를 게 뻔하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이념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 결정을 무조건 따르라고 국민을 윽박지를 일은 더욱 아니다. 그동안 정권이 결정한 주요 정책 중에서 권력 유지에만 도움이 되고 대다수 국민에겐 오히려 피해를 준 게 어디 한두 건이었던가. 정권과 극우세력의 색깔 공세가 두려워 입을 닫는다면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고려하면 경제계도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서거나 한국 관광을 통제하면 기업이나 관광업체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부만 믿고 손 놓고 있다간 고스란히 당할 수도 있다. 조그만 이해관계만 걸려도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했던 경제단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권력이 늘 기업 호주머니를 챙겨주지는 않는다.

사드 배치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 환원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도 경계해야 한다. 어떤 지역이든 일단 배치되고 나면 온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갈리게 돼 있다. 칠곡에 배치되면 서울은 안전하고, 평택에 배치되면 부산이 안전해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중심으로만 반대 움직임이 일고, 다른 지역 주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팔짱만 끼고 있다. 그러다간 자기들도 한순간에 재앙의 구렁텅이에 빠져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범국민적 시민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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