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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의 숲] 중력파와 ‘우주의 소리’

등록 2016-06-23 17:38수정 2016-06-23 19:14

머나먼 우주에서 날아온 중력파 신호를 지상 관측소에서 처음 검출했다는 소식이 지난 2월에 나온 지 몇 달 만에 두 번째 중력파 검출 소식이 이어졌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중력파를 실제로 입증하는 파동 검출이 두 차례나 이뤄졌으니, 이제 관심은 앞으로 더 자주 검출될 중력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우주의 신비를 얼마나 더 들여다볼 수 있을까 하는 데 쏠릴 것이다. 우주의 중력파 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거기에서 거대한 중력 격동의 흔적인 중력파의 원시 흔적도 찾아내어, 우주 역사를 새롭게 자세히 쓸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13억, 14억 광년이나 떨어진 우주에서 일어난 거대 사건의 흔적이 그 긴 시간과 먼 거리를 날아와, 미약한 신호로 포착된 중력파는 현대과학의 정밀측정 능력을 보여주며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우리 감각으로 도무지 알 수 없을 중력파의 존재를 전하려는 여러 비유와 설명이 쏟아졌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질 때에 일어나는 물결의 전파는 가장 손쉬운 비유였다. 경험하기 어려운 것을 익히 아는 것으로 설명하는 비유의 표현들이다.

중력파를 소리로 들려주는 시도도 이어졌다. 중력장의 파동을 소리의 파동으로 변환하면, 거기에서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력파 검출 장치인 라이고(LIGO)가 포착하는 파동의 주파수가 가청주파수 대역과 겹치기에, 이 파동은 좀더 손쉽게 음향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고 한다. 우주의 소리를 전하는 웹사이트(bit.ly/28On9SK)에선, 태양 질량의 수십 배 되는 거대 블랙홀 둘이 충돌해 병합하는 거대 사건을 흡사 병뚜껑 딸 때나 들릴 법한 아주 작은, 그러면서 귀여운 소리로 들려준다. 중력파를 일으킨 14억년 전의 사건을 생각하면 평범한 작은 소리는 예사롭게만 들리지 않는다.

우주의 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그저 예술적 영감에서 비롯해 무에서 우주의 소리를 창작하려는 색다른 문화적 상상으로만 볼 수는 없을 듯하다. 자료를 찾다 보면 우주대폭발(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의 실제 데이터에서 전파를 음파로 변환해 소리로 들려주려는 물리학자의 노력도 만날 수 있고(bit.ly/28OCyni),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에서 관측한 파동 데이터를 소리 파일로 바꾸어 들려주는 웹페이지도 볼 수 있다(go.nasa.gov/1zDNfur).

사실 우주는 소리를 전달할 매질이 없는 진공상태이니 우주에서 직접 전해지는 소리를 지상에서 들을 순 없다. 그렇지만 음파를 전파로, 다시 전파를 음파로 바꾸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듯이, 전파나 중력파를 음향신호로 변환한다면 감각할 수 없는 파동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그 소리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언어의 비유 표현이 아니니, 감각의 비유 표현이라 할 수 있을까? 중력파를 연구하는 한 연구자는 ‘소리가 진공의 우주 공간을 지나 직접 전해진다는 건 생각할 수 없기에 이런 우주의 소리는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해준다.

오철우 삶과행복팀 선임기자
오철우 삶과행복팀 선임기자
여러 매체들은 광학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는’ 천문학과 달리 보이지 않는 신호를 관측하는 새로운 천문학을 두고서 ‘우주를 듣는다’는 말로 곧잘 표현한다. 또 많은 이들이 우주의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에 귀기울인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며 만질 수 없어 달리 경험하거나 표현할 수 없지만, 먼 우주에서 온 신호를 어떻게든 느껴보려는, 우주를 향한 관심 때문은 아닐까? 평범한 듯 짧은 소리는 잠시나마 소리 너머 시공간의 여행으로 이끌어준다.

오철우 삶과행복팀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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